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의료사태, 정부가 ‘4년 예고제’ 무시해 발생"
박형욱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꼬박 9개월을 맞은 20일 현재까지 빚어진 의료사태는 고등교육법 상 ‘4년예고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무시해서 발생했고, 정부와의 신뢰가 회복돼야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저는 여러 사안을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비대위에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누차 발표했다”며 이날 KBS 라디오 출연에 앞서 작성한 답변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그는 특히 답변서에서 “제가 의협과 정부의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 직접 참여했었다”며 “거기서 의대 증원 규모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19차례나 협의했다고 말씀하셨다”며 “어떻게 이런 정부를 믿고 또 협의를 하겠느냐. 그러니 정부가 ‘협의했다는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말씀하신 것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의사 공급 과잉이 초래된다는 연구는 다 빼버리고 원하는 연구만 가지고 결론을 내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즉 ‘비과학적 주장을 한 것을 인정한다’고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문책의 정도는 사실관계가 바로잡히면 그에 따라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책임자 문책을 거듭 촉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여·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 “비대위원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며 “비대위원들께서 협의도 하지 않고 협의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정부, 그리고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정부와 대화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시면 제가 어떻게 설득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의협 비대위는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투쟁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의 투쟁의 의미에 대해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따를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투쟁의 방법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日 동경대엔 69학번 신입생 없어”
그는 ‘수능이 치러진 상황에서 의료계가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2025년 의대 정원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게 수험생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병원이 의사 사직으로 진료를 줄여야한다면 새로 입원하려는 환자들의 불만과 혼란이 있겠지만 의사들은 이미 입원한 환자 진료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1968년 전교생 유급으로 1969학번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은 일본 동경대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일본 총리 자문기구가) 교육할 환경이 안되는데 무리해서 입시를 실시해 신입생을 발아들일 것까지 없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물론 수험생들의 혼란도 고려해야 하지만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미 입학해 있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험생 혼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이미 입학한 학생들의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은 상당히 불균형적”이라며 “우리 사회가 입시만 중요하지 교육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입학해 있는 의대생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의사로 배출하면 수많은 환자 진료에 매우 악영향을 끼치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이 확정됐기 때문에 재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데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고등교육법은 4년 예고제를 규정하고 있다. 학생이 입학한 후 졸업할 때까지 교원·시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 법에 따라 2025년 의대 정원은 1년 10개월 전인 2023년 4월에 이미 발표됐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불과 9개월 전인 2024년 5월에 그걸 번복해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법을 마음대로 무시한 것은 정부인데 마치 의료계가 법을 무시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언론이 정부에 ‘왜 고등교육법상 4년 예고제를 무시했느냐. 1년 10개월 전에 발표한 것을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 이제 와 의료계에 법을 들이대느냐. 그게 과연 법정신에 맞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4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김세직 교수는 향후 10년간 의료공급 증가율이 의료 수요 증가율을 1.3% 이상 앞 선다고 밝혔다”며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의사 공급이 남아돈다는 의미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의대 정원을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연구를 제시하고 100명을 줄여야 하는지 아니면 200명을 줄여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왜냐하면 연구가 얼마나 잘 된 것인지, 연구에 사용된 가정이 적정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 추계를 검토하고 추계에 사용된 가정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합당한 절차가 없이 몇 명 줄이는 게 맞냐 혹은 늘이는 게 맞냐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질문은 합의가 아니라 싸움만 만든다”며 “결론적으로 합당한 절차 없이 만들어진 숫자는 폐기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증원 규모 논의는 전혀 없었는데 정부는 19차례나 협의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안 되는 책임을 의료계에 지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상하게 언론은 정부의 거짓말을 묵인해 준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신이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말했지만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 중 이 말을 믿는 분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은 진실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러니 정부가 수많은 거짓말로 하고도, 가짜 대화로 상대방을 농락하고도 상대방에게 당당하게 대화를 하자고 한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 구성 때문에 대화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진짜 대화에는 관심 없고 대화의 흉내만 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의대 교육 6년→5년 단축 불가능”
박 비대위원장은 의대생 휴학 등에 따라 현행 의대 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는 데 대해 “의대 6년을 5년으로 단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학교육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교육부가 그걸 대책이라고 내 놓으니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사태는 고등교육법상 4년 예고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무시해서 발생한 것”이라며 “교육의 질을 무시한 즉흥적 행정을 한 것은 바로 교육부”라고 했다. 이어 “휴학도 학생의 권리”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학생의 휴학을 교육부장관이 승인하는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고 했다. 결자해지다. 버티면 이긴다는 교육부에 학사운영이 과부하 걸리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내 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경태 “김건희, 계엄 선포 1시간 전 성형외과서 나와”
- 축의금은 10만원이지만…부의금은 “5만원이 적당”
- 9초 동영상이 이재명 운명 바꿨다…“김문기와 골프사진? 조작됐다” vs “오늘 시장님과 골프
- 빠짐없이 교회 나가던 아내, 교회男과 불륜
- 황정음, 이혼 고통에 수면제 복용 "연예계 생활 20년만 처음, 미치겠더라"
- 은지원, 뼈만 남은 고지용 근황에 충격 "병 걸린 거냐…말라서 걱정"
- '명문대 마약동아리' 대학생과 마약 투약한 의사, 징역형 집행유예
- 한국 여학생 평균 성 경험 연령 16세, 중고 여학생 9562명은 피임도 없이 성관계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