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언제 와" 인상 '팍'…노조 태업에 환승구간 '지옥철'
"집에서 20분 일찍 나왔어요."
20일 오전 7시1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만난 조모군(19)은 분주하게 열차 시간표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신도림에서 30분이면 강남 근처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불안해서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에 이어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역시 20일부터 '준법 투쟁'(태업)에 돌입한 가운데 지하철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지각 출근을 할까 가슴 졸이는 모습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평소와 같은 배차 간격을 유지했지만 철도노조가 운영하는 일부 일차의 경우 5~15분씩 지연돼 환승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과 5호선 종로3가역 일대를 살핀 결과, 열차 지연으로 인한 큰 차질은 없는 모습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운행을 기존대로 총 3189회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차 간격도 출근 시간대 2.5~4.5분, 퇴근 시간대 3~6분, 평시 5~9분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2호선과 5호선 지하철의 경우 열차가 역사마다 연달아 도착한 모습이었다. 이날 종로3가역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황모씨는 "평소와 크게 다른 점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생 최모씨(21) 역시 "늦을 줄 알고 교수님한테 문자 보내려고 했는데 안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는 일부 지하철이 지연돼 환승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7시25분 신도림역에 도착 예정이던 1호선 서동탄행 열차는 7시29분에 도착했다. 오전 7시30분에 도착할 용산 급행 열차는 7분 뒤에, 32분 도착 예정인 1호선 동인천 급행 열차는 10분 뒤에 왔다.
이곳에서 인천행 열차를 기다리던 30대 이모씨는 휴대폰을 꺼내며 지각증명서 발급 방법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보다 40분 일찍 나왔는데도 출근길 늦을 것 같다"며 "계속 지연된다는 방송만 나오고 답답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 만난 20대 김모씨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신도림에서 서울역 방면으로 간다는 그는 "지하철이 오늘 늦게 도착했다"며 "4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열차 내리고 뛰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업 영향으로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1호선 일부 열차가 늦게 도착한 탓에 환승 구간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기도 했다. 1호선, 2호선 환승 승강장 계단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내려갔다. 한 시민은 "노조 태업 예고 나오고 난 뒤에 버스에 사람들이 꽉 찼다"며 "다들 열차 지연될까봐 더 일찍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공통적으로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철도노조는 △ 체불임금 231억 지급 △정부가 정한 임금 2.5% 정액 인상 △신규노선 개통에 따른 인 력충원 △부족한 현원 800여명 충원 △4조 2교대 전환 등을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 인력 운영 정상화 △일방 중단된 신규채용 시행 촉구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산업재해 예방 및 근본 대책 수립 △부당 임금 삭감 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은 "올해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 산재 사망사고, 뒤늦게 드러난 혈액암 집단 발병 사태에 이르기까지 지하철 노동 현장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칠 수 없다"며 "서울시가 구조조정을 강요하며 신규 채용까지 틀어막아 '업무 공백-인력난' 상태"라고 말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노동조합의 준법투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노사간 대화를 통해 더욱 안전하고 원활한 지하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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