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7명' 최약체를 못 이긴다…"월드컵 8강 목표" 홍명보호 굴욕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대한민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아시아에서 가장 '체급'이 큰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인 손흥민을 필두로 바이에른 뮌헨 주전 수비수 김민재, 파리생제르맹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이강인이 대표적.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설영우(즈베즈다)는 UEFA 챔피언스리그를 누비고 있으며 이재성(마인츠)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0번을 달고 뛴다. 국내파들도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을 맞이한 팔레스타인은 FIFA 랭킹 100위 약체. 대표팀에 스타 선수는 없으며, 무소속 선수가 여럿이다. 게다가 홈에서 치러야 할 경기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국내 상황 때문에 중립 국가인 요르단에서 치르게 됐다. 19일 요르단 암만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6차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팔레스타인은 한국과 1-1로 비겼다. 지난 9월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0-0으로 승점 1점을 따내더니 한국을 상대로 한 두 경기에서 모두 승점을 챙긴 것이다.
한국은 이날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빅리그를 누비는 스타들을 총출동시켰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골키퍼 라미 하마다를 비롯해 수비수 미첼 테르마니니, 중앙 미드필더 카밀로 살다나, 공격수 타메르 세얌 등 선발 11명 중 7명이 무소속이었다.
특히 포백은 중앙 수비수 아미드 마냐를 제외하면 모두 무소속으로 이루어졌는데 조직적이고 끈질긴 수비로 손흥민과 이강인을 막아세웠다. 하마다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선방 퍼레이드로 한국의 공격 시도를 잠재웠다.
한국과 1차전에서 수훈 선수에 선정됐던 하마다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난 소속 팀 없이 1년 동안 뛰고 있다. 팔레스타인 리그도 멈춰 있다. 나 혼자, 동료들과 개인 훈련만 진행해 왔다. 선수로서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경기를 잘 뛸 수 있었다. 승점 1점을 챙겨서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홍명보호는 충격이다. 팔레스타인을 잡고 5연승에 월드컵 본선행 8부 능선을 넘으려고 했지만, 무소속 선수들에게 막혀 좌절됐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경기력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 잔디 탓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최상의 상태로 평가받는 암만 국제 경기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한국은 전력 우위를 앞세워 점유율 74%와 함께 팔레스타인을 압박했다. 슈팅 수도 16-6, 유효 슈팅도 6-2로 앞선다. 하지만 결정적인 기회는 팔레스타인이 1-0으로 우위다. 전반 16분 손흥민이 터뜨린 골은 기대 득점이 낮았다는 뜻. 세계적인 선수들을 갖고도 공격 효율성이 팔레스타인보다 떨어졌다는 뜻이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압박과 역습에 고전하는 장면이 많았다. 실점 장면이 그랬다. 전반 12분 김민재가 백패스를 했는데 팔레스타인 선수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 조현우가 튀어나왔지만 팔레스타인 슈팅을 막을 수 없었고 충격적인 실점을 막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쉽다.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원정 2연전을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어려움도 있었고, 이날 후반전에 선수들이 지쳐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마지막 A매치인데 승리하지 못해서 팬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지난 5경기를 제외하고 오늘 경기를 놓고 보면 더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전체적으로 되돌아본 뒤 내년 3월 재개되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부임 이후 6경기를 치러 4승 2무로 마무리했다. 그동안 잘된 점과 개선할 점을 묻는 말엔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팀의 조직력이 좋아졌고, 득점 루트가 많아진 점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처럼 여러 득점 루트가 있었음에도 강한 조직력을 가진 팀이 수비 위주로 나섰을 때 결정력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라고 답했다.
팔레스타인과 두 차례 무승부에 그쳤다는 지적엔 "두 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팔레스타인이 좋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내내 투쟁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숱한 비판 끝에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자리에서 “월드컵 8강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보인 경기력은 기대보다 걱정을 키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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