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트럼프와 비트코인, 이번엔 꽃길만 걸을까? [사실은]

안상우 기자 2024. 11. 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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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가상자산 대통령의 등장으로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될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올 한 해 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정치적 이벤트로 미국의 대선을 꼽았습니다. 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식에 가장 크게 반응한 건 다름 아닌 비트코인입니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에 따라 출렁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 이후 1BTC에 9만4천 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트럼프의 재선 성공과 함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트럼프가 처음부터 가상자산을 옹호했던 것은 아닙니다. 불과 3년 전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이 미국 달러 패권 시대의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사기’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9년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가상화폐를 도입하려 하자 당시 재임 중이던 트럼프는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다.”라면서 극도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가 달러 패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트윗


실제로, 트럼프는 “미국에는 통화가 달러 하나뿐”이라면서 “달러만이 유일하게 강력하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통화”라고 선언하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부를 강력하게 견제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트코인이 진정으로 새로운 장을 맞이할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反)암호화폐 대통령이 어쩌다가 불과 몇 년 만에 친(親)가상자산 대통령이 된 것인지, 그리고 트럼프가 2기 행정부에서 약속한 공약들이 정말 실현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갑분’ 친(親)가상자산 대통령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조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친(親)가상자산 대통령으로서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이 표심에 도움이 됐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분명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극도로 경계했었기 때문입니다. 표심을 조금이라도 더 얻겠다고 달러 패권까지 볼모로 삼는 건 아무리 트럼프라 해도 남는 장사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경우의 수는 하나입니다. 트럼프는 더 이상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오히려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을 중심으로 미국이 짜놓은 국제 질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에 대해 뚜렷하게 트럼프가 밝힌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비트코인을 통해 미국 정부의 부채 35조 달러를 갚을 것”이라며 힌트를 줬습니다.

비트코인 매거진 트위터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미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재정 적자를 부담해 왔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락다운’으로 경제마저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 정부는 전례 없는 재정 적자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미국 재정적자 추이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가 매년 반복된다는 건 그 만큼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미국의 총 국가 부채는 35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달러 패권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트럼프가 꺼내든 게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왜냐하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금, 비트코인 등 다른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르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 시대에 달러 가치의 하락을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으로 지탱함으로써 달러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큰 그림, 트럼프는 다 계획이 있구나!
이런 구상에 더해 최근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자칭 코인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은, 더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50년 전 사우디와 미국이 페트로 달러 협정*을 맺은 이후 달러 패권이 더욱 공고해진 것처럼 코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계기로 비슷한 역사적 전환점에 가까워졌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은 이후 미국과 사우디가 맺은 협정. 원유를 수출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는 대가로 안보를 보장하는 게 핵심 내용으로, 지난 6월 사우디의 갱신 거부로 만료.
 
트럼프 1기 당시에 페이스북은 ‘리브라’라는 이름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다가 청문회에 불려나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는 등 온갖 고초를 겪고 끝내 프로젝트를 접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2기 행정부에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코인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이번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코인을 발행할 거란 예상이 나옵니다.

2019년 10월 열린 '리브라 청문회'


특히, 이 기업들이 코인을 발행하다면 코인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Pegging)시켜놓는 ‘스테이블 코인’을 택할 걸로 예상됩니다. 즉, 코인이 유통될 때마다 달러를 증거금으로 쌓아둬야 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코인을 많이 쓰면 쓸수록 달러의 수요도 함께 오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페깅(Pegging) 구조’가 페트로 달러 협정을 대체해 달러 패권을 유지시켜줄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
그렇다면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트럼프의 공약은 무엇일까요? ‘암호화폐의 대장주’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서 비축하고, 비트코인 채굴도 전량 미국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게 바로 공약의 핵심 구호입니다.
 
달러 패권을 유지할 카드로 비트코인을 선택한 만큼 어느 누구에게도 비트코인의 주도권을 뺐기지 않겠다는 건데, 이는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호재입니다. 왜냐하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미 정부는 범죄 수익 등을 몰수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약 21만 BTC를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가끔 미 정부가 이 가운데 일부를 시장에서 처분할 때면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출렁였는데, 시장에선 이게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공약에 따라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호재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미 정부가 매년 수십만 개씩 시장에서 사서 비축하기로 한다면, 미 정부가 비트코인 공개 매수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사실상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도록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공약이 기름을 붓고 있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달러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대통령으로 돌아선 맥락에 대해 살펴봤다면, 앞으로는 이런 맥락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려 합니다. 트럼프의 가산자산 공약들이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은 트럼프의 공약과는 정반대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미국의 재정 정책을 위해서는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거나 아니면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미니애폴리스 연준 보고서


미국의 재정 정책을 위해 비트코인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싶으실 것입니다.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미국의 재정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축 통화인 달러를 손에 쥐고 있는 덕분에 미국 정부는 20년 넘게 재정 적자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 부채가 35조 달러가 넘어서고 이 부채로 인한 이자 비용만으로 매년 1조 달러를 내야하는 상황이 되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출 예산을 대폭 삭감해 재정 적자에서 흑자로 전화하려 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정부 효율성 위원회의 위원장인 일론 머스크는 비효율적인 공공 기관을 줄여 최소 2조 달러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시도는 연착륙을 시도하는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는 재정 적자가 쌓이더라도 경제 성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가령, 재정 적자가 늘더라도 경제 규모도 함께 커지면 GDP 대비 재정 적자 수준은 큰 변동이 없습니다. 또, 꾸준한 경제 성장 덕분에 부채에 따른 이자보다 세수가 더 많이 늘 경우 국채를 시장에서 처분하면서 지출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연준의 보고서는 이런 나름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자유롭게 거래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이 보고서가 비트코인을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useless pieces of paper)’라고 평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빚까지 져서 시장에 돈을 투입했는데 이 돈이 여기저기 자유롭게 흐르며 부가가치를 창출(경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에 묶여 머물고 있다면, 말 그대로 미국 재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니, 기자 양반. 비트코인은 가만히 갖고 있어도 가치고 이렇게 오르는데 왜 재정에 도움이 안 된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
 
혹시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잔뜩 자본을 조달해서는 R&D나 마케팅, 설비 투자에 쓰지 않고 금싸라기 땅에만 투자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땅 값이 오르면 이 회사의 장부 가치는 오르겠지만, 땅에만 투자했다보니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점점 도태될 것입니다. 그 결과 영업이익(정부로 따지면 세수)은 점차 줄어들고 생존을 위협받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트럼프는 시장을 향해 비트코인을 팔지 말고 들고만 있으라며 당부하고, 미 의회에선 미 정부가 매년 비트코인 수십만 개를 비축 목적으로 구입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예산은 예산대로 썼는데도 세수는 오히려 줄고 부채와 이자만 불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러닝 메이트’로 비트코인을 앞세우는 전략으로 위기에 빠진 달러를 구할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미 연준 보고서가 경고하는 바입니다.

비트코인이 전략 비축 자산이 될 수 있을까?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미국 내에서 원유를 전략적으로 비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의회는 법을 만들어 1975년부터 원유를 비축해왔습니다. 트럼프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연준이 반대한다 해도 원유 때와 마찬가지로 “법을 만들면 그만”이라 믿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 7월 공화당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 의원은 이른바 ‘비트코인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주 내용은 미 연준이 마련한 재원으로 재무부가 향후 5년동안 매년 20만 개씩 비트코인 100만개를 구입해 비축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얼마 남지 않은 이번 회기에는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러나 내년 트럼프 임기와 함께 시작되는 새로운 의회에서 같은 법안이 다시 발의될 수 있고,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만큼 일사천리로 통과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의회는 다수당이 법안을 밀어붙여도 상원에서 40명의 의원들이 똘똘 뭉쳐 ‘필리버스터’를 한다면 임기 말까지 통과를 막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법안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안정적으로 상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수를 ‘최소 60석’으로 보고 있고, 이를 ‘Super Majority’ 라고 부릅니다. 이는 지금의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더라도 비트코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물론, 내부 단속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2명의 정치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게리 겐슬러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에서 ‘코인 규제’를 적극 주장했던 엘리자베스 워런입니다. 워런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재선(매사추세츠주)에 성공했고, 다음 의회에서 상원 은행위원회의 민주당 간사를 맡을 예정입니다. 즉, 트럼프가 게리 겐슬러를 해임한다고 해도 워런은 상원에 남아 비트코인 법안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인물은 공화당의 로저 마샬 상원 의원입니다. 마샬 의원은 바이든 워런 의원과 함께 ‘디지털자산 자금세탁방지법(DAAMLA)’을 발의한 인물입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자신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지만, 암호화폐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비트코인 등이 통화처럼 이용하는 것에 반대해왔습니다. 때문에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행보에 가장 먼저 반대표를 던질 내부 인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다고 하면 소속 정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연방 상원에는 트럼프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해서, 그리고 연방 상원의 다수당을 공화당이 차지했다고 해서 비트코인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도 있고, 영원히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달러 패권의 위기를 부추기는 건 아닐까?
트럼프는 앞선 재임 기간 동안 이란을 ‘불량국가’로 규정했고, 지난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최고 수준의 경제 제재를 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란은 매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 정부는 군사 개입이 아닌 경제 제재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의 수많은 자산은 동결됐고, 전쟁에 쓰일 무기를 만들 여력조차 부족해져 모양 빠지게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드론과 미사일, 포탄 등을 들여와 쓰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로 강력한 경제 제재를 펼칠 수 있었던 건 ‘달러 패권’ 덕분입니다. 기축 통화인 달러를 거치지 않고는 필수품조차 수입하기 어려웠고, 달러에 대한 접근이 원천 차단되자 글로벌 기업들은 공장 등 자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서둘러 철수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미국은 군사적 개입 없이도 적대국을 약화시킬 수 있었고, 달러 패권은 스스로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러시아와 이란은 달러 패권이 미치지 않는 암호화폐를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경제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크립토 무역’을 선언하고 천연가스와 원유를 수출할 때 암호화폐를 이용해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국제 무역 사용을 아예 합법화시켰습니다. 중동의 맹주 이란은 달러 중심의 세계관에서 퇴출됐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통해 2년간 하마스를 은밀하게 지원했습니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모사드조차 이를 감지하지 못했고, 지난해 10월 ‘알 아크사의 홍수’ 작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암호화폐는 달러 패권을 피해 미국의 적대국들이 달아나 숨는 일종의 은신처입니다. 당국의 감시와 감독을 피해 불법적인 돈세탁이나 인신 매매, 마약 거래 등을 하는 범죄·테러 단체들도 암호화폐 뒤에 숨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당을 가리지 않고 암호 화폐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을 달러의 러닝메이트로 앞세운다면, 달러 없이도 달러에 접근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달러는 과거 ‘금본위제’에서 금이 맡았던 역할에만 머물게 되고, 기축 통화의 자리는 코인에게 내주는 건 아닐까요? 페트로 달러 협정처럼 달러 패권을 유지시켜주는 게 아니라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페트로 달러가 성립됐던 이유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을 미국이 제일 많이 사고팔기 때문입니다. 원유처럼 비트코인도 미국의 전락 자산이 돼서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 번째는 비트코인이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 돼야합니다. 두 번째는 그 자산을 미국이 가장 많이 거래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두 조건 다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두 가지 조건을 다 맞출 테니 문제가 없을 거란 논리는 선후가 뒤바뀐 주장에 불과합니다.”


트럼프 2기와 비트코인, 과연 꽃길만 걸을까?
저는 비트코인의 폭락을 바라는 비관론자는 아닙니다. 지금 역대 최고가를 찍은 비트코인이 조만간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깜냥도 없습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들조차 감을 잡지 못합니다.
 
다만, 2기를 맞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인업계와 꽃길만 걷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인은 지금까지 달러의 대척점에 서서 끊임없이 달러가 가진 패권을 위협해왔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공약과 각종 장밋빛 전망들은 얼마든지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다시 180도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권도형의 ‘루나’ 폭락, 샘 뱅크먼 프리드의 ‘FTX’ 파산은 암호화폐의 본질과는 무관한 사건들입니다. 그냥 암호화폐를 이용해 허상을 만들어 사기를 친 것일 뿐, 암호화폐의 태생적 한계가 현실로 드러난 게 아니란 뜻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런 사기 행각을 암호화폐의 본질과 동일시했고, 업계는 혹독한 겨울을 맞기도 했습니다.
 
굳이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유튜브 등에는 지금도 각종 알트코인을 트럼프 공약의 최대 수혜주라고 소개하는 근거 없는 콘텐츠들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공약과 이를 앞세운 각종 큰 그림들 역시 또 다른 루나, FTX로 결론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공약의 진위와 실현 가능성은 맹신이 아닌 검증의 대상이 돼야만 합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배시진)

안상우 기자 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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