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KBS서 못 만든 이유 있었네” 토종 콘텐츠 규제에 넷플릭스만 신났다

김민지 2024. 11. 20. 10: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흑백요리사 중 한 장면 [흑백요리사 캡처]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시대에 뒤처진 방송법 규제가 지상파 3사를 포함한 국내 방송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저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온라인스트리밍플랫폼(OTT)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이 변화한 상황에서,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방송사 주식 소유를 10%로 제한하는 것은 토종 콘텐츠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규제는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로 ‘K-콘텐츠’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0일 오전 한국방송학회와 공동으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의 부당성과 타 법률의 공정거래법 원용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디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현행법상 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투자 자원이 미디어·콘텐츠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법제의 전반적인 개편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방송법·방송광고판매대행등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상 소유·겸영 규제의 영향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0일 오전 한국방송학회와 공동으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의 부당성과 타 법률의 공정거래법 원용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창범(왼쪽에서 다섯번째) 한경협 부회장을 포함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현행 방송법상 대기업 집단 기준은 2008년 수준인 자산총액 10조원에 머물러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경제규모의 확대를 반영해 대기업 집단에 대한 기준을 2008년 이후 꾸준히 높인 것과 대비된다.

미디어랩법에 따르면,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방송사 지분을 10% 미만으로 보유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제한 규제가 최초 도입 목적을 상실했다며 비현실적이고 낡은 규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당 규제는 미디어가 지상파 방송사와 신문에 불과하던 시대에 대기업의 언론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진입 규제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기술 발전에 따른 방송·미디어 시장환경 변화, OTT·SNS 등의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즉, ‘지상파를 활용한 대기업의 여론 독과점’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져, 규제의 효용성이 사라진 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방송법상의 대기업집단 기준을 30조 원으로 상향조정 ▷ GDP 연동방식으로 변경 ▷ 자산총액 기준이 아닌 대기업집단 순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경직된 현행 미디어렙법이 토종 콘텐츠 시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만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시장으로의 대규모 신규 투자 유입을 차단해 방송사들의 제작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하고, 국내 방송사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시도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방송사들이 규모 있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흑백요리사, 오징어게임 시리즈 등 제작을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방송사는 이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어 킬러콘텐츠가 국내 방송사가 아닌 해외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또 다른 발제를 맡은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집단 규제의 강도를 의미하는 ‘규제 지수’와 경제성장 및 기업가치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규제가 강화될수록 시가총액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 교수는 “기업집단의 출자구조에 대한 사전규제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다양성을 제약해 기업가치와 경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명성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편익과 경영 활동 제약으로 인한 비용을 비교하여 기업집단 지정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는 국내 사업자는 낡은 규제에 묶여 경쟁력을 잃고 위기에 빠지는 규제의 역차별에 직면했다”며 “낡은 규제를 헐어내고, 미래 지향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