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기억은 살아있는데”…‘공소시효’에 가로막힌 친족 성폭력 [플랫]
“제 삶에 쳐들어온 아빠의 성폭력은 나라는 사람을 내가 아닌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시간은 멈추지 않았는데 범죄자를 위한 시간은 멈추려는 법(공소시효)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가족구성권연구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와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친족성폭력 ‘경험자’로 토론에 나선 김영선 상담심리사가 먼저 “시간이 40여년이 지나도 지금까지 가해자의 폭력과 목소리, 냄새, 감각은 살아있는데, 이를 ‘시간이 흘러 증거판단이 곤란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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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성폭력은 가족 및 친인척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말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친족성폭력의 공소시효는 10년이며, 유전자정보(DNA) 증거 등 과학적 증거가 있을 때 10년 연장된다. 가정 내 범죄이고 입증이 어려워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 “가장 늦은 미투”라는 수식어가 붙여지기도 했다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설명했다. 지난 3년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 중 친족성폭력 피해자는 13.15%(242명)로, 직장 관계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26.79%) 다음으로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후에야 피해 상담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 이상(57.36%·74명)이 친족성폭력 피해자일 정도로 신고와 상담은 뒤늦게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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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성폭력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2011년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친족성폭력 피해자 242명 중 38.84%(94명)이 14세 이상이었다. 여전히 10명 중 약 4명 꼴로 사건에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것이다. 또 이들 중 20명(21.27%)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피해 상담을 받았으나, 나머지 74명(74.73%)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상담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피해자 대부분이 유아·아동기에 성폭력에 노출돼 가해자에게 저항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도 가해자는 공소시효가 만료되기까지 피해자를 주변 가족과 함께 압박하는 등 2차 가해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소시효를 폐지해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의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는 친족성폭력의 공소시효를 연장·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3개 발의돼 있다. 앞선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소시효 폐지는 출발점이고, 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데까지 나아갔으면 한다”며 “국가가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김나연 기자 nyc@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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