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량지수, 근육·지방 고려않고 키·체중만 계산… 3명중 1명 ‘비만’ 논란[Who, What, Why]

유민우 기자 2024. 11. 20. 09: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Why - ‘BMI 비만기준 상향’ 갑론을박
174㎝에 76㎏도 ‘비만’ 해당
건보공단 “BMI 현 기준 과도
‘25’서 사망위험도 가장 낮아”
비만 기준 ‘27’로 변경 주장
의학계 일각 “변경 아직 일러
연구 결과 축적될때까지 유지”
근육량 많은 男은 44%가 비만
“허리둘레 함께 봐야” 목소리도

키 178㎝에 몸무게 81㎏인 30대 남성 A 씨는 최근 자신이 비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그의 체질량지수(BMI)는 25.5㎏/㎡로 국내 비만 기준인 25를 넘는다. 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 값으로 나눈 것이다. 골격근량 41㎏, 체지방률 17%인 A 씨는 주변에서 건장하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뚱뚱하다”는 소리는 들은 적 없었다. 그는 최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벤치프레스 100㎏을 가볍게 들 정도로 운동 마니아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비만 기준 BMI 25에서 27로 상향 시 비만 인구 19.1%로 감소 =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만 기준 BMI 25㎏/㎡ 이상을 국내 상황에 맞게 BMI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2∼2003년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 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해 BMI 수준별로 사망과 심·뇌혈관질환(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 발생 위험 정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으로 분류되는 BMI 25㎏/㎡ 부근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기준에 따라 BMI 18.5㎏/㎡ 미만을 ‘저체중’, 18.5∼22.9㎏/㎡ 구간을 ‘정상 체중’, 23∼24.9㎏/㎡ 구간을 ‘비만 전 단계’(위험 체중·과체중),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키 174㎝, 몸무게 76㎏이면 BMI 25㎏/㎡로 비만에 해당한다. 하지만 비만 기준을 BMI 27㎏/㎡ 이상으로 상향하면 키 174㎝, 몸무게 81.7㎏ 미만은 비만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현재 기준으로 국내 비만 인구는 36.7%에 달한다. 한국인 3명 중 1명꼴로 비만인 것이다.

하지만 비만 기준을 BMI 27㎏/㎡ 이상으로 상향하면 비만 인구는 19.1%로 줄어든다. 이선미 건강보험연구원 건강관리연구센터장은 “사망 위험이 BMI 25㎏/㎡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망 위험이 BMI 27㎏/㎡ 이상에서 높았고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등도 같은 구간에서 증가 폭이 커서 BMI 27㎏/㎡ 이상을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의학계 “BMI 27로 상향은 성급” vs “현행 기준 과도” = 비만 기준을 BMI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의학계에선 논란이 되고 있다. 의학계는 연구 결과가 더 축적되기 전에 기준을 상향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과 현행 기준이 변화된 한국인 체형을 고려하지 못해 과도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BMI 기준 상향 관련 연구 결과가 축적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많은 연구를 통해 근거가 충분히 쌓이고 비만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면 바꾸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1개 나온 것”이라며 “내년에 비만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또 낮출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의료계가 진단 기준을 바꿀 때는 여러 연구에서 비슷한 결론이 나와야 한다”며 “예를 들어 식생활, 체형, 질병 패턴이 많이 바뀌어서 비만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근거가 많이 나오면 당연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국내 비만 기준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행 기준은 2000년부터 써왔던 기준이기에 한국인의 변화된 식습관과 체형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데이터 기준 자체가 오래됐기도 하고 국내 청소년들이 키가 많이 커지는 등 체형도 바뀌어 기준을 변경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근육량 고려 안 해 국내 남성 절반 가까이 비만으로 분류되는 등 BMI 한계 뚜렷…BMI 대신 허리둘레 측정 등 대안도 = 의학계에선 BMI 수치만으로 비만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BMI가 신장과 체중만을 고려하고 체지방량, 근육량 등은 감안하지 않아 불완전한 지표라는 것이다. 미국의학협회(AMA)는 지난해 BMI 수치만으로 비만을 진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AMA는 허리둘레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보다 근육량이 많은 남성에게 BMI 비만 기준이 유독 엄격하기도 하다. 현재 기준대로 국내 남성 비만은 44.3%에 달하지만 여성 비만은 29%에 불과하다.

강 교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근육량이 훨씬 많아서 여성은 BMI가 25㎏/㎡ 미만이어도 비만인 경우가 있는 반면 남성은 비만이 아닌데도 BMI 25㎏/㎡를 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서 “남자는 허리둘레 90㎝, 여자는 85㎝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보게 되는데 BMI와 허리둘레 두 수치를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

심 교수는 “더 통일된 데이터가 나와야 하고 BMI보다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하는 게 오히려 건강을 더 잘 반영할 수도 있다”며 “환자들을 보면서 근육량이 많고 체지방률이 적은 남성이 비만으로 나오기도 해 남자한테는 기준이 과도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어서 “복부 비만을 진단할 때 남녀 다른 기준을 사용하듯 BMI 기준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