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동 킥보드, 전면 금지할 수 있나?
서울시 '킥보드 없는 거리' 선정…전면 금지는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그냥 전동 킥보드 전면 금지 해라.", "제발 전국 전면 금지 걸어라.", "킥보드는 길거리 암 덩어리다."
서울시가 지난 5일 전국 최초로 일부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의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도심뿐 아니라 주택가 골목 어디에나 방치된 전동 킥보드에 질린 네티즌들이 내놓은 의견은 강한 불만으로 가득했다.
서울시가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공개한 설문 결과도 비슷했다. 서울시가 만 15∼69세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시민의 75.6%가 만간대여 전동 킥보드의 운영을 전면 금지하는 데에 찬성했다. 반대 응답은 11.6%에 그쳤다.
네티즌과 시민들의 이런 불만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전동 킥보드의 통행을 전면 금지할 수 있을까.
전동킥보드는 대표적인 개인형 이동 수단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하자면 전동 킥보드는 이른바 '개인형 이동 수단'의 한 종류다. 개인형 이동 수단은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의 앞 글자를 따서 'PM'이라고도 한다.
'도로교통법'과 하위 법령에서 PM은 시속 25㎞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않고(즉, 최고 시속이 25㎞이고), 차체 중량이 30㎏ 미만인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정의된다.
현행 법령에선 전동킥보드, 전동 이륜 평행차(세그웨이 등),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이는 자전거(전기자전거)가 PM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잘 구분되지 않고, 전동 이륜 평행차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아 전동킥보드가 PM으로 통용된다.
걸음걸이의 평균 속력이 시속 4㎞인 점을 감안하면, PM은 걸어서 가기에는 멀고 차로 이동하기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기에 적합한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PM 교통사고 6년새 20배↑…자전거보다 대인사고 비중 커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전동 킥보드가 어쩌다 길 위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을까.
전동 킥보드의 보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관련 사고가 급증하는데도 미흡한 규제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1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동 킥보드 공유사업이 개시된 이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전동 킥보드의 통행이 잦아졌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공유사업 업체가 운영 중인 전동 킥보드는 2019년 2만6천대에서 올해 8월 27만대로,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1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덩달아 교통사고도 급증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PM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2천389건으로 늘었다. 6년 사이 20배로 증가한 셈이다.
비슷한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사고 유형을 비교하면 PM은 대인 사고 비중이 높다. PM이 사람을 친 사고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46.0%로, 자전거의 대인 사고 비중(26.3%)의 1.7배 수준이다.
특히 PM이 보도 통행 중 사람을 친 사고의 비중이 17.4%로, 자전거(7.1%)의 2배 이상이나 됐다.
PM에 대한 대중의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례로 지난 6월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산책하던 60대 부부가 전동 킥보드에 치여 아내가 숨진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전동 킥보드엔 여자 고등학생 2명이 타고 있었다.
<표> PM 교통사고 현황 (단위: 건, 명)
※ 한국도로교통공단 자료
전동 킥보드 규제 강화에도…공유사업 '규제 사각지대'
규제가 미흡하다고 했을 때 이는 전동 킥보드 공유사업에 한정된다. 개정 도로교통법이 2021년 5월 시행되면서 전동 킥보드 자체에 대한 규제는 강화됐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탈 수 있다.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되면 범칙금 10만원을 내야 한다.
1인 탑승이 원칙이고, 동승자가 타면 운전자에겐 범칙금 4만원이, 동승자에겐 과태료 2만원이 각각 부과된다.
또 안전모 착용이 의무이고, 위반 시 범칙금이 2만원이다. 자전거도 안전모 착용이 의무이지만 미착용에 따른 범칙금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전동 킥보드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전동 킥보드 공유사업은 '규제 무풍지대'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개인형 이동 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2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곽현준 전문위원이 작성한 이들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공유사업은 별도의 인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자유업이어서 실효성 있는 관리가 어렵고, 전동킥보드를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프리 플로팅'(Free-Floating)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무단 방치된 전동킥보드로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미성년자의 무면허 이용과 사업자의 허술한 면허 인증 절차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앞선 60대 부부 사고도 여고생들이 무면허 운전을 한 사례였다. 이들은 동승자 탑승 금지 규정도 어겼다.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자유업으로 운영되는 공유사업으로 인해 사실상 무력해진 형국이다.
전동킥보드 전면 금지 불가능…'공유사업 등록제' 전환 추진
전동 킥보드에 대한 불만은 수긍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전동 킥보드의 전면적인 퇴출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련 법이 없어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하겠다는 '킥보드 없는 거리'도 말 그대로 일부 도로에 한정된다.
서울시가 이번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참조한 도로교통법 제6조에 따르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일정 구간을 정해 보행자, 차마 등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이 금지 또는 제한의 주체는 시도경찰청장이지 지자체장은 아니다.
서울시는 이에 경찰과 협의해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시내 5곳 내외를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킥보드 없는 거리'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 중에서 보행량이 많은 도로나 전동 킥보드 사고가 자주 발생한 도로, 어린이보호구역 중에서 어린이 통행량이 많은 도로를 위주로 선정할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전면 금지가 전동 킥보드 일반이 아닌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공유 전동 킥보드로 한정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또한 관련 법 제·개정 사안이지만 전동 킥보드 자체를 금지하는 것보다 현실성이 더 있다.
실제로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파악한 해외 사례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는 행정구역 전역에서, 호주 멜버른은 일부 도심지역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전동 킥보드 공유사업을 등록제로 전환해 지자체가 관리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진행 중이다.
홍기원 의원과 박성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 PM 대여사업을 운영하려는 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우고 시ㆍ도지사에 등록해야 한다. 나아가 시ㆍ도지사는 PM 이용자의 보호, 안전 운행의 확보, 서비스의 향상과 PM 대여사업의 적절한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사업자에게 개선 명령을 할 수 있다.
곽현준 국회 국토교통위 전문위원 이와 관련해 "개인형 이동 수단 공유업계는 제23조에 따른 '시ㆍ도지사의 개선명령'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허가제에 준하는 규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므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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