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별은 안된다"…박찬호부터 류현진까지 보살핀 다저스 직원의 불명예 퇴진 [이상희의 메이저리그 피플]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이런 식의 이별은 말이 안된다. 혹,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하고 떠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종착역을 향해 질주하던 지난 9월말이었다. 메이저리그 한 구단의 장비담당을 맡고 있는 직원 A는 익명을 요구한체 MHN스포츠와 LA 다저스 직원목록에서 갑자기 종적을 감춘 미치 풀(6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풀은 다저스 홈팀 클럽하우스 매니저로 그 자리에서 약 40년이란 긴 시간을 근속했다. 때문에 한국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박찬호를 필두로 서재응, 최희섭 그리고 류현진까지 다저스를 거쳐간 모든 한국선수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풀은 과거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지금도 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줄 정도로 친절하다. 다저스 입단초기에는 어려서 그랬는지 밝고 외향적인 성격이었지만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후에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과묵해졌다"고 기억했다.
서재응과 최희섭에 대해선 "그들 역시 좋은 친구들이다. 특히 성격이 좋았던 최희섭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류현진에 대해선 "다저스를 거쳐간 한국선수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고 성격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른 선수들이 언어장벽 때문에 쉽게 다가오지 못한 반면 류현진은 적극적으로 다저스 직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잘 지냈다. 언어소통의 불편함은 표정이나 행동 등을 통해 해결한다. 그 때문에 한식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기억했다.
다저스 현대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풀은 선수들이 연습과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을 하는 자리에 있었다. 클럽하우스내의 쾌적한 환경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장비지급과 유니폼 세탁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또한 선수들이 원정경기를 가게 되면 이 또한 풀의 손에서 일이 진행된다. 선수들이 쌓아 놓은 짐을 모아 공항으로 운반해야 하고, 원정지 호텔예약까지 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마당쇠 역할이다. 때문에 야구장에 제일 먼저 출근해 제일 늦게 퇴근해야 한다. 노고가 많은 직업이다.
풀은 야구선수 출신으로 대학시절 우연한 기회에 비정규직 배트보이(Bat boy)로 다저스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한 결과 정직원을 거쳐 클럽하우스 매니저 자리까지 올라갔다. 이 자리는 보수도 좋고, 의료보험과 연금 등의 혜택도 있다. 또한 다저스의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크다.
풀은 과거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나와 동료들의 보이지 않은 노력으로 다저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힘든 점은 근무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시즌 중에는 보통 아침 8시에 출근해 자정이 넘어 퇴근한다. 평균 수면시간이 4~5시간 정도? 때론 그 이하일 때도 있을 만큼 장시간 근무가 많다"고 말했다.
풀은 또 "하나 밖에 없는 딸 자식도 대학을 졸업해 이제 내가 해줄 게 별로 없다. 가능하다면 다저스에서 은퇴한 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노후생활을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털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약 1년전부터 스프링캠프 때도 그리고 정규시즌 때도 보이지 않았다. 다저스 관계자에게 풀의 안부를 물어보면 "그만뒀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왜 그만뒀는지, 언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직원 A도 갑자기 사라진 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런 식의 이별은 말이 안된다. 혹 그가 잘못한 게 있고, 그것 때문에 해고를 당했다 해도 이를 알리고 퇴장할 수 있도록 해줬어 야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다저스라는 조직은 풀이 성인이 된 뒤 그의 모든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부은 곳이 아닌가"라며 아쉬워했다.
메이저리그는 직원들에 대한 예우가 좋은 곳이다. 그래서 그들이 조직을 떠날 때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리며 감사함을 표시한다. 때문에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풀의 퇴장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다저스를 거쳐간 한국선수들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성실하고 자상했던 풀이었기에 그의 빈자리가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 직원 A의 말처럼 '퇴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사진=미치 풀©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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