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vs 재건축' 둘로 쪼개진 동부이촌동…"서울시 나서야"

이민하 기자 2024. 11. 2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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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에서 '미리 내 집(장기전세주택Ⅱ)' 입주자 예정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혼부부 300가구를 대상으로 모집한 ‘미리 내 집’은 이달 중 사전점검을 진행하고 오는 12월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4.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시가 그렇게 해줍니다. 이제 재건축 안 하면 바보입니다. 전화해서 서울시에 제발 물어보세요. "(강남 유명 재건축단지 전 조합장)

"서울시 규정에 나와요. 한강변 노후단지는 재건축 못 합니다. 서울시 담당자가 검토하고 확인한 내용입니다."(한강변 리모델링 단지 조합장)

정비사업의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의 일방통행 소통이 서울 지역 노후단지 주민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규정을 완화면서 세부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자치구에 관내 정비사업 관련 조합 운영을 철저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이에 공문을 전달받은 자치구는 관내 정비사업 조합에 업무 과정에서 허위 사실 배포에 유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공문에 따르면 일부 정비사업 조합 및 조합 관계자가 사업성 자료를 작성·발표하면서 '서울시 확인' 등의 표현을 임의로 사용했다. 재건축 등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개별 조합에서 임의로 작성한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사업성 비교표가 마치 서울시의 검증을 거친 공식 자료처럼 주민들이 오해할 수 있도록 잘못 안내했다는 것이다.

개별 조합이 작성한 자료에 대해 서울시와 자치구는 '허위 자료, 주민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자료 작성·안내는) 명백한 위법행위이자 리모델링,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을 기만하고 사업 추진에 큰 혼란을 주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특히 허위 사실 배포자료라고 문제 삼은 내용은 용산구 동부이촌동 일대 리모델링 단지와 관련한 내용이다. 실제로 동부이촌동 리모델링 조합이 작성한 해당 자료에는 '서울시 공동주택과 담당자 검증 완료'라는 명시돼 있다. 서울시가 허위사실 유포라고 지적하는 것도 해당 '표기' 부분이다. 마치 서울시가 작성한 공문인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딜레마' 주택공급 늘리려 재건축 규제 완화했는데…적용 가능 대상지 없어
이달 26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교회에서 열린 '동부이촌동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성 비교 분석설명회'에서 한형기 씨가 초청연사로 강연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자치구의 행정 조치가 알려진 후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생긴다. 서울시가 행정편의적인 방식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주민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을 요구하는 주민이나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주민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동부이촌동 일대는 서울시 한강변 대표적인 리모델링 사업 단지로 꼽힌다. 한가람(2036가구), 이촌강촌(1001가구), 이촌코오롱(834가구), 이촌우성(243가구), 한강대우(834가구) 등이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9월 서울시가 '2030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을 고시하면서 종전과 달리 재건축 추진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는 일부 주민 등은 지난달 '동부이촌동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성 비교 분석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스타 조합장'이라고 불리는 한형기 씨를 연사로 초청해 재건축 사업 필요성을 설명했다. 조합원 자격이 아닌 외부 초청 연사로 참석한 한 씨는 이 자리에서 서울시의 정비계획 변경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재건축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면 서울시에 전화해서 확인해봐도 된다고도 얘기했다.

이에 동부이촌동 리모델링 조합은 자체적인 사업성 분석을 진행했고, 서울시에도 해당 내용 검증을 요청했던 것이다.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공문으로 내용을 받은 것은 아니다"며 "다만, 실제로 서울시 담당자에게 자체 사업성 분석 결과를 전달하고, 내용이 규정에 맞는다는 것을 확인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된 주장을 하는 양측이 모두 서울시의 규정 등을 근거로 제시한 셈이다.

더 큰 주민 갈등이나 투기세력 개입이 생기기 전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정비기본계획 변경안 고시 이후 노후단지 주민들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재건축 인센티브 요건 등이 까다로운데 이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는 사실상 대상이 서울 외곽 지역에만 해당한다"며 "주택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로 했는데, 이제 와 재건축이 안 된다고 할 수 없는 서울시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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