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 전자 주식 매각 수순

'삼전 3조 자사주' 소각땐 지분율 10.08%로 높아져
금산법 발목, 2017년때처럼 초과분 처분 가능성↑
매각이익, 배당 등 주주환원 재원 활용 기대감 솔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마무리되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분율이 10%를 초과하면 당국 허가를 받거나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6년 전처럼 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시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 변화 시뮬레이션/그래픽=이지혜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간 장내 매수 방식으로 3조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지난 15일 종가기준) 삼성생명(8.58%)과 삼성화재(1.50%)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0.08%로 높아진다.

금산법상 금융회사는 계열사 주식을 최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그 이상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그동안 당국의 승인을 받은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초과 지분에 동일 비율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6년 전에도 이뤄졌다. 2017년 1월 삼성전자가 9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한 후 삼성생명·화재는 이듬해 5월말 삼성전자 10% 초과분을 동일 비율로 매각했다. 당시 처분금액은 총 1조3850억원으로 삼성생명 1조1790억원, 삼성화재 2060억원이다.

이번에도 동일 비율로 매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매각 예상금액은 각각 2284억원, 399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이번에 밝힌 10조원의 자사주 매입분 모두를 소각하면 삼성생명(8.76%), 삼성화재(1.53%)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29%로 뛰어 매각 금액은 각각 7612억원, 133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내 10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중 7조원의 자사주 취득 세부시점과 처분 계획은 미정이다. 시장에서는 2018년 때처럼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이 마무리되면 삼성생명·화재도 이르면 내년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금액의 일부는 배당 또는 자사주 등 주주환원 재원에 사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18년에도 삼성전자 지분 처분이익을 3년에 나눠 배당 재원으로 사용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2022년 컨퍼런스콜에서 지분 매각 차익은 주주환원 재원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삼성전자 지분 기업가치 상승과 주식 매각에 따른 배당 등 주주환원 규모 확대 기대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가는 전날 각각 10% 넘게 급등했다.

삼성생명의 배당 재원이 늘어나면 삼성생명 소액주주는 물론 대주주도 추가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1대 주주는 삼성물산(19.34%)이고 2대 주주는 이재용 회장(10.44%)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76%),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1.73%)도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재용 회장은 삼성화재 지분도 0.09%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회장으로 18.90%를 보유하고 있고 이부진 사장(5.83%), 이서현 사장(6.51%),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01%) 등도 가지고 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