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같은 사람일 뿐이다" 유해란이 LPGA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
풍운의 꿈을 안고 미국 LPGA 무대를 밟는 한국 선수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바로 '적응'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전세계 선수들이 몰려있는 LPGA 무대에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고,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상당수 있다.
적응을 어느정도 했다고 하더라도 성적이 잘 올라오지 않으면 조급함이 앞서다 결국 시즌을 그르치게 된다. 한국 무대에서 어느정도 탑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들이 고전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담감 때문에 있다.
LPGA 2년차로서 올 시즌 FM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무대에 연착륙한 유해란은 특유의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그는 속마음으로 '그럴 수 있지'를 되뇌이며 마음을 다잡았고, 넬리 코르다, 리디아 고 등 전설적인 선수들과 함께 라운드를 할 때마다 '이들 역시 같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부담감을 떨치려 노력했다.
그의 마인드컨트롤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왔고 올 시즌 1승과 함께 무려 열 세번의 탑텐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LPGA 연착륙에 성공한 유해란,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앞두고 펼쳐지고 있는 2024 LPGA 투어 아니카 드리븐 바이 게인브리지 앳 펠리컨 대회에서 간신히 컷을 통과해 공동 20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그에게 특유의 마인드컨트롤에 대해 물어봤다.
유해란은 미국에 온 후 2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며 "여기 선수들한테 많이 배운 것 같다. 초반에 넬리 코르다랑도 한번 쳐보고 리디아 고 언니와도 많이 쳤는데 정말 많은 걸 많이 배웠고 그 덕분에 이번 하반기에 좋은 플레이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한 경험이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던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유해란은 올 시즌 드라이버를 신형으로 교체했다. 그는 "올해 초 드라이버 중 좋은 것을 찾느라 좀 고생을 많이 했다. 찾고 나서 거리도 많이 늘었고 방향성도 많이 좋아졌고 그 덕분에 아이언도 좀 짧은 걸 잡게 돼서 언더파도 많이 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흡족해했다.
이번 아니카 대회에서 그는 하마터면 컷오프 할 뻔했다. 유해란은 초조하게 다른 선수들의 결과를 인터넷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그는 "웹페이지 리더보드만 백 번을 새로고침한 것 같다."라고 웃어보였다. 이어서 "평상시 같았으면 화도 나고 그랬을 텐데 더블보기를 했음에도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넘어갔다. 리더보드를 보면서 컷오프를 당해도 연습 많이 하라는 신의 뜻으로 알고 마음 편하게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럴 수 있지" 이외에 유해란이 생각하고 있는 문장이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그는 "모두 다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어떤 뜻일까? 그는 "솔직히 넬리 코르다라는 이름만 들어도 긴장이 많이 된다. 리디아 고라는 이름도 그렇고 같이 플레이를 하면 긴장이 된다. 하지만, 모두 다 같은 사람이고, 나도 그들처럼 팔이 두 개 있고 다리가 두 개 있기 때문에 같은 동등한 입장에서 경기한다고 생각하려고 매 라운드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특유의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 답했다.
체력을 요하는 후반기까지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휴식을 좀 잘 취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 유해란은 "샷 감이 괜찮고, 퍼터 감도 괜찮으면 라운드를 끝내고 빨리 숙소에 돌아가 쉬려고 하는 편이고, 최대한 많이 자려고 하다 보니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라고 체력의 비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LPGA 선배로서 유해란은 언니들의 미국 적응을 돕고있다. 유해란은 이에 대해 "소미 언니와는 저랑 국가대표도 같이 했고, 내가 1년 먼저 왔기도 해서 도움을 많이 주려고 노력을 했다. 다만, 언니도 그렇고 다른 언니들도 다 약간 LPGA를 무서워하더라 아무래도 미국이라는 땅이 넓기도 하고 시차도 힘들고 이동하는 것도 힘들어 많이 어려움을 겪었고, 나도 작년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하지만, 모두 다 같은 사람이더라. 그분들도 힘들고 다 같은 동일한 입장이기 때문에 어느 누가 잘 쉬고 잘 먹고 잘 회복하는 차이인 것 같다."라고 미국에서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회에서 유해란은 언니들에게 작은 이벤트를 했다. 막대과자 데이를 맞아 동료들에게 막대과자를 나눠준 것이다. 몇몇 선수들이 인증을 하며 유해란의 선물을 고마워했다. 유해란은 "매니저 언니한테 부탁을 한 건 아니었는데 언니가 종류별로 한 박스씩 사왔더라. 한국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특별한 데이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하나씩 돌렸던 것 같다."라고 웃어보였다.
이날 유해란은 오랜만에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라운딩을 펼쳤다. 유해란은 "그렇게 오랜만은 아니었고 BMW 챔피언십 때 뵀었다. 한 달 전에 뵀으면 여기서는 그렇게 오래된 기간은 아닌 것 같다. 근데 이번에 부모님이 왔는데 떨어질 뻔했다. 심장이 좀 아팠지만 그래도 오늘 좋은 플레이 보여드린 것 같아서 마음을 조금 놓인 것 같다."라고 미소지었다.
이제 그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앞두고 있다. 유해란이 까다로워하는 플로리다에서 펼쳐지기에 그의 걱정은 한켠에 남아있다. 유해란은 "아직 미국에 적응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 어느 지역 골프장을 가도 어렵다는 생각은 엄청 많이 들진 않는데 플로리다 골프장들은 조금 난이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래서 이번 주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다음 주도 플로리다다. 다만 이번 대회를 잘 했고, 작년보다 골프가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니까 좋은 플레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시즌 마지막 대회에 나서는 각오를 다졌다.
사진, 영상 = 미국 플로리다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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