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또 FIFA랭킹 100위 팀 팔레스타인에 색깔을 내지 못했다. 빠르게 동점골을 뽑아낸 건 좋았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월드컵 본선에서 이런 경기력이라면 충격적인 성적표를 손에 쥘 수도 있다.
한국 대표팀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6차전에서 팔레스타인을 만나 1-1로 비겼다. 팔레스타인을 잡고 5연승에 월드컵 본선행 8부 능선을 넘으려고 했지만, '암만 쇼크 탈출'에 만족해야 했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국가적인 문제로 제대로 된 팀을 꾸리지 못했다. 이스라엘과 전쟁으로 홈 구장도 아닌 요르단 암만 중립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홈 경기는 ‘잔디 이슈’로 변명할 수 있었지만 요르단은 더 나은 경기장에서 뛸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FIFA랭킹은 78계단 차이다. 한국은 FIFA랭킹 22위에 있지만, 팔레스타인은 100위로 하위권 팀이다.
홍명보 감독은 앞서 열렸던 쿠웨이트전과 같은 라인업을 꺼냈다. 최근에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대표팀에서 풀타임을 뛴 손흥민 카드를 또 한번 꺼냈다. 최전방에는 오세훈이었고 이강인, 이재성을 배치해 화력을 지원하고 박용우, 황인범이 공격과 수비를 조율했다. 수비는 이명재, 김민재, 조유민, 설영우를 배치했고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상 우위에 있었기에 초반부터 팔레스타인을 압박했다. 팔레스타인은 대형을 유지하며 한국 공격을 받아쳤고 카운터 어택을 준비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한국이 가져가던 순간,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전반 12분 김민재가 백패스를 했는데 팔레스타인 수비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 조현우가 튀어나왔지만 팔레스타인 슈팅을 막을 수 없었고 충격적인 실점을 범하게 됐다.
4연승을 달리던 한국에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위기에 빠질 뻔한 한국에 구세주였다. 측면으로 볼을 건넨 이후 하프스페이스로 빠져 들어갔고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밀어 넣었다. 올해 A매치 10번째 골로 개인 커리어 최다, 통산 51호골로 역대 한국 대표팀 득점 단독 2위로 우뚝 올라서는 ‘살아있는 전설’의 클래스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국은 손흥민의 빠른 동점골로 리듬을 찾았다. 이명재가 박스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오세훈을 봤고 오세훈이 위협적인 헤더를 했다. 전반 29분에는 손흥민이 또 한번 팔레스타인 골망을 조준했다. 박스 앞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팔레스타인 골키퍼를 긴장하게 했다.
2~3명이 빠르게 에워싸는 압박에 분위기를 가져오려는 흐름이었다. 전방에서 오세훈의 포스트플레이와 침투도 매서웠다. 그러나 후반전 한국이 스스로 무너지는 장면이 있었다. 팔레스타인이 허리에서 간헐적인 압박을 하자 패스 미스를 범했다. 거친 파울에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순간 흔들린 한국은 배후 공간을 허락했지만 박스 안에서 팔레스타인의 정교함이 떨어져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후반 중반에 들어가면서 점점 경기력이 떨어졌다. 팔레스타인 압박과 카운터 어택에 고전하면서 연신 슈팅 기회를 내줬다. 후방은 흔들렸고 전방에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사실 한국은 손흥민 득점 장면에서 유려한 패턴을 보여줬지만 이후에는 측면에서 볼만 빙빙 돌리는 ‘U자 빌드업’ 패턴이 많았다. 측면으로 볼이 가면 약속된 움직임보다는 손흥민, 이강인이 솔로플레이로 상대를 허물고 크로스를 하는 ‘해줘’ 축구도 심심찮게 보였다.
수비에서는 집중력을 잃는 장면이 많았다. 포백 앞 3선에서 패스미스로 후방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100위 팀이라 추가 실점이 없었던 것이지, 월드컵 본선 레벨이었다면 2~3골을 더 허용할 뻔한 장면들이 많았다.
그동안 4연승을 달렸고 팔레스타인에 팀 상성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시아 팀들 상대로 3경기 연속 실점이다. 홍명보 감독은 숱한 비판 끝에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자리에서 “월드컵 8강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아시아 예선 레벨에서 이런 경기력이라면 월드컵 본선에서는 2014 브라질월드컵 그 이상 참혹한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