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4천원’에 검찰 자신감…이재명 관용차 혐의 ‘증거 없이’ 추가
이 대표 부부 답변 거부…피의자 진술 없이 기소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사건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경기도 예산과 관용차를 배우자 김혜경씨를 위해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없던 ‘관용차’ 사용까지 포함하면서 배임 금액이 1억원대로 갑절 가까이 늘어났다. 애초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 대표 무혐의(불입건)-배우자 김씨 입건’이 검찰로 넘어와 ‘이 대표 기소-김씨 기소유예’로 바뀌었다. 수사가 이 대표에게 맞춰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가 관련 업무를 지시하거나 가담한 구체적 증거, 핵심 증인들의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사건과 연결된 김씨의 ‘10만4천원 결제’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선고 취지에 부합하는 ‘통상적 경험칙’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혐의를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수원지검의 이 대표 공소 내용을 보면, 경기도는 2018년 7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직후 의전용(내외빈 영접 등) 관용차로 제네시스 G80을 6540만원에 구입했다. 이 관용차는 이 대표 주거지인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두고, 임기 내내 자가용처럼 사용했다는 것이다. 관용차는 퇴근 등 사용 뒤 청사에 반납해야 하지만, 따로 차고지를 지정하면 사용 뒤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통상 공공기관은 공무용으로 사용하는 관용차량을 여러대 보유하고 있으며, 공유재산 관리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이 관용차는 이 대표의 배우자 김씨를 수행하는 이른바 ‘도청 사모님팀’이 개인 모임 등 김씨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운행했다. 감사 등을 피하려고 관용차를 공적 용도로 운행한 것처럼 허위 운행일지도 작성·제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으로 제네시스 G80 렌트비(월 138만원 상당)를 추정해 사용 기간과 주유비·세차비·과태료 등으로 모두 6016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추산했다. 경기도청 한 관계자는 “의전용 관용차를 자택에 세워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다른 지자체의 관례에 비춰볼 때 검찰 수사가 매우 지나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찰 수사에는 없던 부분이 검찰에서 살아나고 금액도 부풀려진 것을 보면 과잉 기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사모님팀이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아무개씨의 지휘 아래 도 예산으로 이 대표 부부가 요구한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 음식 75건 889만원어치를 구입·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75건에는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0만4천원 결제 건도 포함됐다. 경찰 수사 당시 법인카드 사적 사용 배임금액은 2천만원 상당이었으나, 검찰 수사에서 8978만원(전 도지사 비서실장 정아무개씨, 배씨 배임액 포함)으로 증가했다.
검찰은 이 사건 배임 범죄가 공무와는 무관한 이 대표 부부 또는 김씨의 사적 활동 관리, 사적 소비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김씨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해 정도,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재판에 회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부부를 모두 기소하지 않는 관례와 10만4천원 결제 사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이 대표 부부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김씨는 지난 9월5일 검찰에 출석했으나, ‘검찰이 결론을 정해 놓고 한 수사’라며 사실상 진술을 전면 거부했다. 검찰은 소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던 이 대표 쪽에는 서면질의서를 발송했으나 답변서는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대표에 대한 피의자 진술 조사 없이 기소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게 됐다.
검찰은 김씨의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유죄 판결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없는 ‘10만4천원’ 사건을 ‘목격자 없는 살인 사건’과 비교하며 “현장 목격자나 폐회로티브이가 없는 경우에도 간접사실을 종합해 증명력을 부여하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해당 판결이 이 대표 혐의 입증에 상당히 근접한 유의미한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의 공소장에도 발췌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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