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보인다
[골프한국] '타산지석(他山之石)'은 주나라와 춘추전국시대 중기의 시 모음집인 시경(詩經) 소아편(小雅篇)에 나오는 말이다.
樂彼之園 爰有樹檀 其下維穀 他山之石 可以攻玉
즐거운 저 동산에는 박달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아래에는 닥나무가 있네. 다른 산의 돌이지만 내 옥을 갈 수 있네.
여기서 돌은 소인(小人), 옥은 군자(君子)에 비유했다. 다른 산의 거칠고 못난 돌이라도 숫돌을 만들어 옥을 가는 데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군자도 소인에게 배워 수양하고 학덕을 쌓아갈 수 있다는 유교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다.
골프연습장에 가보면 모두들 열심히 연습에 몰두한다. 시간제한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 주변에 한눈팔지 않고 볼 공급기에서 나오는 볼을 부지런히 쳐낸다.
가끔 아는 지인과 차 한잔 마시기도 하지만 시간이 아까와 금방 타석으로 돌아가 볼을 쳐낸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 없이 기계적으로 클럽을 휘두른 뒤 볼 공급이 중단되면 그때야 '연습 한번 잘했다'는 만족한 표정으로 타석을 벗어난다.
타석이 비기를 기다릴 땐 다른 사람들의 스윙을 유심히 관찰하지만 막상 자신이 타석에 들어서고 나서는 오로지 자신 스타일의 스윙으로 골프채를 휘두른다. 조금 전 관찰한 좋은 스윙, 멋진 스윙을 생각할 겨를 없이 클럽을 휘두른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연습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 엄청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프로선수나 고수가 아니더라도 중심축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 풀 스윙을 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람, 헤드업만을 철저하게 하지 않겠다는 사람, 헤드 스피드를 빠르게 하는데 몰두하는 사람, 볼을 때리지 않고 몸통의 회전 동작으로 부드럽게 공을 날리는 사람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저 사람들의 장점만 제대로 모으면 골프를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따라 하면 안 될 스윙을 하는 사람도 많다. 중심축이 흔들리는 사람, 클럽을 힘주어 움켜쥐고 몸이 굳은 상태로 스윙하는 사람, 스윙하면서 주저앉는 사람, 벌떡 일어서는 사람, 떡매를 휘두르듯 하는 사람, 스윙하면서 개다리춤을 추는 사람 등등 천태만상이다.
옆에서 남의 스윙을 지켜볼 땐 좋은 스윙, 나쁜 스윙을 판별해 내면서도 막상 자신이 타석에 들어서면 아무 생각없이 타성에 적은 습관적인 샷을 반복한다.
바로 주변에 타산지석을 두고도 자신의 옥을 아름답게 가는 데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연습은 오히려 고질병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골프에선 남의 스윙을 잘 볼 줄 아는 것도 실력이다. 한 지인은 연습장에 도착하면 바로 타석으로 들어서지 않고 습관적으로 1, 2층 타석을 천천히 순회한다. 연습하는 사람들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러다 정갈한 스윙, 아름다운 스윙, 중심축이 잡힌 스윙, 헤드스피드가 유난히 빠른 스윙을 하는 사람 곁에서 조용히 지켜본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면 좀 전에 보았던 좋은 스윙들 중에 하나를 떠올려 익히려고 애를 쓴다.
그는 습관적으로 말한다. "내 스윙은 좋지 않다. 그러나 끊임없이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진정한 골퍼라면 스윙의 진화를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연습장에서 좋은 스윙을 찾아낼 줄 아는 안목을 지닌 것도 실력이다. 그리고 어깨너머로 다른 사람의 좋은 스윙을 보며 자기 것으로 체득할 줄 안다면 레슨프로가 필요없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구력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괴기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끙끙댄다면 내 연습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타산지석이 널려있고 나를 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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