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신규 기후재원 확보 합의 무산…배경에 ‘트럼프 영향력’ 분석

조문희 기자 2024. 11.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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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트럼프와 회동 후 회의 참석
공동선언문 채택 과정에서
기후 대응 문구 기재에 반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건물에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실루엣과 함께 기후위기 경고 메시지가 비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인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투명한 다자무역 보장’ 등 다수 의제를 포함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으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발도상국 지원 문제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G20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막후 영향력’을 발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G20 사무국은 18일(현지시간) 85개 문구로 나눈 24쪽 분량의 포르투갈어 공동선언문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 가능한 지구 구축’을 주제로 논의한 G20 정상들은 사회 통합 및 기아·빈곤 퇴치, 지속 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전환, 유엔을 비롯한 글로벌 거버넌스 기관 개혁 등을 위해 국제사회 협의를 촉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올해 G20은 의장국인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과 글로벌 부유세 과세를 적극 논의해 일부 국가의 반대에도 최종 공동선언문 합의를 끌어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갈등 해결 촉구 등 내용도 담았다. G20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규칙에 기반을 둔 비차별적이며 공정하고, 개방·포용적이며, 공평하고 지속 가능하며 투명한 다자무역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 재집권 전후에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기도 했다.

다만 G20은 개발도상국의 지구 온난화 문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에서 모색 중인 신규 기후재원 확보 방안을 두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AFP통신은 “G20이 교착 상태에 빠진 기후 회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했다.

기후 관련 합의 불발 배경에 트럼프 당선인이 자리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트럼프’ 인사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G20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인 파리협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일부 매체는 밀레이 대통령이 정상 공동선언문에 기후 대응 관련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데 반대했다고 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 전부터 기후위기론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해왔다. 기후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 시각과 결이 다르지 않다.

선언문 초안을 다듬는 정상회의 준비회의(셰르파 회의) 과정에선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기류를 바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전인 지난 14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시 예상되는 어려움을 반영해 전략적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 장벽에 맞서는 ‘새로운 투자처’로서 차별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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