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면접 전날, 용산서 박민 교체 통보" 증언 나왔다

강아영 기자 2024. 11. 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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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안양봉 KBS 기자, 청문회서 증언
"면접하기도 전에 박장범 유력 소문"
박장범 "(용산서) 연락 받은 적 없다"
안양봉 KBS 기자(오른쪽)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장범 한국방송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KBS 이사회가 사장 후보 3인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하기도 전에 박장범 후보가 KBS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미 면접 전날인 10월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임에 도전한 박민 현 사장에게 사장 교체를 통보했다는 의혹이다.

안양봉 KBS 기자는 19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10월23일 동료 2명과 회사 앞 치맥집에 있었는데, 같은 가게에 이영일 KBS 노사협력주간이 다른 분들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며 “면접 결과가 너무 의외여서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 두 가지 크게 얘기했는데 전날 박민 사장에게 용산에서 교체된다는 통보를 했다, 또 박민 사장이 퇴근해 핵심 참모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는데 본인이 교체된다는 얘기를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이 주간에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도 “면접 전날까지만 해도 사측 간부로부터 박민 사장이 된다고 들었는데, 면접날 아침부터 박장범 후보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그날 저녁 의아했던 게 이사회에서 표결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고 박민이 될 거라 생각하면 이 주간이 결과를 기다려야 함에도 결과가 나오기도 전 저녁 드시러 가더라. 이 주간이 식사 자리에서 그 얘길 했다는 걸 여러 명에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영일 주간은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주간은 술자리에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저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최종 사장 후보자 내정 소식을 “이사회 표결이 끝나고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또 “박민 사장이 다음날이 면접날인데 폭음을 했다. (박장범 후보자 내정) 얘기가 사내에서 돌지 않았느냐”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몰랐다”며 관련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장범 후보 역시 “언제 용산에서 연락 받았느냐”는 질문에 “연락 받은 적 없다”며 내정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사전에 박민 사장은 아웃됐고, 박장범 후보가 내정돼 불법적 이사회가 7대 0 만장일치로 (박장범 후보를) 선출했다”며 “그렇게 오더를 내린 건 용산, 김건희 라인이라고 믿는다. 결국 이사회 면접은 요식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주간이 말해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상현(왼쪽)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장범 한국방송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최민희 과방위원장 "민주당 몫 방통위원 추천하겠다"

18~19일 양일간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의 일명 ‘파우치’ 발언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박 후보자는 2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중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특정 상품의 경우 제조사가 붙인 공식적인 상품명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명품’에도 우수한 제품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해당 상품을 검색했을 때 공식 명칭이 ‘디올 파우치’였기 때문에 ‘조그마한 가방’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사과 의향을 묻는 질문엔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제가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파우치냐 백이냐 가방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조그마한’이라는 표현 자체가 김건희 여사의 뇌물 수수 의혹을 축소하려는 의도이고, 이 표현을 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게다가 관련 질문을 하며 ‘정치공작’, ‘희생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렇게 되면 인터뷰이가 이 키워드를 받아 변명을 하게 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비판·견제해야 할 앵커가 정권의 구미에 맞는 단어와 표현들을 선택해 관련 의혹들을 축소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민희 의원은 19일 당 지도부에 민주당 몫의 방송통신위원 추천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서 국회가 방통위원·헌법재판관 추천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는 발언이 나오자 “헌재에서 있었던 인상 비평적 지적에 대해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오늘 최형두 국민의힘 간사가 민주당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고 당 지도부에 민주당 몫 방통위원 추천을 요청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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