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조합이 감차 물량 배분…부실업체에 쓰인 지원금
[KBS 대구] [앵커]
택시 감차 사업을 진행한 대구시는 감차 물량 배분을 택시 조합에 맡겼는데요.
이 과정에서 정작 감차해야 할 업체의 감차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부실 업체에 물량이 집중되는 일까지 빚어졌습니다.
류재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7년 대구 택시운송조합에서 작성한 택시 감차 신청 현황 자료입니다.
당시 택시 감차를 대가로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는 애초 14대를 감차하겠다고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최종 감차 물량은 이 회사 전 차량인 44대, 나머지 30대는 감차에 소극적인 17개 회사에 배정된 물량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감차가 이뤄진 겁니다.
택시 업계에서는 해당 회사가 이사장 횡령 혐의로 조합원 출자금조차 돌려주지 못할 만큼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택시 회사의 감차 물량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대당 백여만 원 씩 사례금도 받았다는 겁니다.
[대구 택시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데는 감차를 안 하려고 자기 몫이 두 대가 있다면 2백만 원을 줘가지고 다른 사람한테 (감차 물량을) 넘기고 그랬어요. 대당 그때 백만 원인가 백50만 원인가 정도 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해당 회사는 44대 전 차량을 감차한 뒤 대구시로부터 보상금 8억 9천만 원을 받았고, 이 돈으로 조합원 출자금 일부를 갚은 뒤 더 큰 택시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시의회에서도 시민 세금인 감차 보상금이 자금난에 빠진 회사를 구하는데 쓰였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김성태/대구시의회/2018년 9월 : "불량업체가 감차 보상금을 노리는 일이 계속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택시 감차 제도가 부실한 택시업체의 손실 보전 수단으로 끌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해당 회사가 경영난으로 청산됐다면 법인 면허만 있을 뿐, 영업을 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다른 업체에서 넘겨받은 30대 분량만큼 감차 효과가 사라진 겁니다.
이는 대구시가 택시 감차 물량 배분을 택시조합에만 맡긴 채 제대로 관리·감독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구시도 택시 감차 사업의 효과는 미흡했다며, 그 이유로 실제 운영을 하지 않는 택시 위주로 감차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초과 공급된 택시를 줄여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의 감차 보상금이 정작 부실 업체 지원에 사용되면서 대구시의 부실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재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욱/그래픽:김현정
류재현 기자 (ja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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