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판사판이다”…공사비 갈등에 건설현장 올스톱, 무슨 일이
공사비 추가 지급 요구에
쌍용건설·한신공영과 송사
부산·광주 등 재건축현장선
줄줄이 시공사 교체 움직임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KT의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지난 6월 한신공영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한신공영 측이 주장하는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고자 한 것이다. 이에 한신공영이 반소를 제기하면서 지난 13일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양측의 갈등은 부산 초량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두고 시작됐다. 당초 약 520억원에 계약된 공사였으나 한신공영이 140여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KT에스테이트는 도급 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근거로 추가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이란 발주자가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반영한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 증액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의미한다. KT에스테이트는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므로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사안의 명확한 해소를 위해 법원의 정당한 판결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신공영은 예상을 뛰어넘는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건설사가 모두 떠안는 것은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한다.
건설사들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염병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건비·원자재 가격 급등은 계약자가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 요소라고 주장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9월 기준 130.45로 2020년 1월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이전 5년간(2015년 1월~2019년 12월)의 상승률(15%) 대비 2배 수준이다.
법조계에서는 건설사와 KT 사이 분쟁의 핵심이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공사비 상승의 원인이 변칙적이고 불가항력적 요인이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건설사가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법원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건설사 등 수급인이 모두 떠안는 것은 불공정 거래라고 보는 판결이 최근 나와 눈길을 끈다. 올 4월 대법원은 부산의 한 교회와 시공사 간 소송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용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해당 대법원 판결은 공사 지연에 발주자의 책임이 있었던 건으로 확대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한 법원의 달라진 시각을 보여준 판결이라는 점에선 의미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광주 등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공사비와 관련한 분쟁 때문에 기존 시공사와 결별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산 해운대 대표 재건축 사업인 우동1구역(삼호가든아파트)은 30일 시공사 취소 총회를 연다. 조합은 2021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등 사안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아 정식 계약을 맺지도 못했다. 우동1구역은 총회 이후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는 동시에 대체 시공사까지 선정하기로 한 상황이다.
주택 청약 시장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한파가 이어지고 있어 공사비 관련 분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부산시민공원 촉진4구역은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비 인상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촉진2-1구역은 기존 시공사인 GS건설과 결별하고, 포스코이앤씨를 새로운 시공사로 이미 맞았다.촉진3구역 역시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모습이다.
광주광역시 신가동 주택 재개발조합 역시 고급 브랜드 적용과 공사비 인상 등을 놓고 시공사로 선정된 빛고을드림사업단(DL이앤씨·롯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한양 컨소시엄)과 갈등 끝에 8월부터 대체 시공사 선정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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