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나온 원격대 학생들 “언어재활사 사태, 정부가 해결해야” [한양경제]

이승욱 기자 2024. 11. 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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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가시험 자격 박탈’ 대책 호소 2차 집회 열어
삭발한 대구사이버대 총장 “학생 못 지킨 죄인” 눈물
응시 자격 예외 적용 등 복지부에 3개 요구안 촉구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이근용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이 19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원격대학 학생들의 언어재활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 박탈 문제 해결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대구사이버대 제공


“재학생과 졸업생을 위해 총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심정으로 삭발을 하게 됐습니다만, 총장으로서 우리 학생들을 지키지 못한 것이 너무 죄인 같은 심정입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이근용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 총장은 19일 오전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원격대학 학생들의 언어재활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 박탈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했다.

이 총장은 지난 70여년 우리나라 특수교육과 재활, 복지 메카로 자리 잡은 대구대학교 설립자인 이영식 목사의 장손이자, 학교법인 영광학원의 이사로도 일해왔다. 대구사이버대 설립 초기부터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교육에 힘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학교를 경영해 온 것도 선친의 유지를 받드는 차원이었다.

뚝 떨어진 기온에 아스팔트 위에서 치러진 삭발식을 마치자 그의 상념도 깊어지는 듯했다. 그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총장으로서 정부의 정책과 학교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시원은 빠른 대책을 마련해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삭발식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대구사이버대 언어치료학과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 총학생회 소속 관계자 등 150여 명(주최측 추산)은 언어재활사 국시 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3일 열린 대규모 집회에 이어 두 번째다. 언어치료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원광디지털대학교 관계자들도 함께 집회에 참석해 정부와 관련 기관의 해결 방안 제시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6월 말 서울고등법원은 협의회가 국시원을 상대로 한 소송 항소심에서 “2급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에 대해 원격대학은 자격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이 지난달 말 해당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하면서 원격대학 출신들의 언어재활사 국시 응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19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대구사이버대 재학생과 졸업생, 학교 관계자들이 언어재활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 박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이현정기자


하지만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국가가 인정한 대학에서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로 학업을 이수하고 시험에 응시하는 자격을 취득했음에도 응시 기회가 박탈된 것에 항의하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원격대학 특성상 전국 각지에서 이미 언어치료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원격대학을 졸업한 후 올해 3월부터 현장에서 일해왔다는 곽동심(50)씨는 “정부가 이미 원격대학을 법적으로 인정해 준 것 아니냐”면서 “일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원격대학 선택한 것인데 이번 판결은 평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4학년 재학생 50대 박창순씨도 “억장이 무너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실습 과정도 모두 마치고 한 과목만 이수하면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대학 측과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 등에 △11월 30일 예정된 언어재활사 시험에 응시자격 예외 허용해 줄 것 △2022년 및 2023년 기졸업생의 자격 유지 보장 △특별법 제정이나 유권해석을 통한 재학생 응시 자격 확대 등 3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전종국 대구사이버대 특임부총장은 “대법원 판단이 있기 전 이미 입학한 재학생들은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에 해당 학생들에게도 응시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초래된다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원격대학 출신 학생들의 응시 자격 유예를 위한 특례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사이버대와 원광디지털대 등 관련 대학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학 차원에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이현정기자 hyehyunjung@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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