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억 토해낼 위기에 ‘이재명 로펌’ 되겠다는 민주당

민주당 “당이 법률 대응 주체 되겠다” 법적 검토 돌입
與, 이재명 겨냥한 ‘434억 먹튀 방지법’ 입법 추진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당 차원에서 직접 개입하는 방향으로 당력을 총동원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받은 1심의 '의원직 상실형'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되면 민주당도 400억원이 넘는 선거보조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해당 선고 이후 곧바로 변호인단 구성 등 당 차원의 법적 검토에 돌입했지만, 변호사비에 당비를 투입할 경우 '배임' 논란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1심 판결을 겨냥해 선거보조금 반환과 관련된 입법을 추진한다.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고도 선거비용을 반납하지 않을 경우 경상보조금으로 대신 거둬들이는 내용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기탁금 및 선거보전비용 반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법적 수단을 마련하겠다"며 "잘못 쓰인 국민의 세금을 반환하는 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일명 '이재명 선거비용 434억 먹튀(먹고 도망치는 것) 방지 2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당 대표가 직무와 무관하게 저지른 재판을 두고 당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대표도 아니었을 때 있었던 일인데 당비로 변호사비를 내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그런 전례도 없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당비로 이재명 방어하면 정치자금법에 문제 소지"

이와 관련해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민주당 전체를 이재명을 방어하는 로펌으로 하겠다는 걸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당비의 절반 정도는 국고보조금인데 나라에서 준 돈을 가지고 개인의 변호에 쓰겠다고 하면 정치자금법에 문제가 된다"고 했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도 통화에서 "기업 총수들도 회사 돈 써서 본인을 변호하면 배임 혐의 등으로 다 처벌됐다"면서 "(당 대표 재판에) 당 차원에서 접근할 순 있어도 (사법적 대응에) 돈(당비)을 쓴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징역형 집행유예) 1심 판결이 대법원에 가서도 확정이 되면 대선에 사용된 자금을 다 토해내기 때문에 당 차원의 대응을 한다고 한다"며 "(이 대표의) 사법적인 리스크가 명확하고, 1심 선고에서 유죄까지 나온 상황에 제1야당이 나서서 방어한다는 태도 자체가 국민 눈높이에 맞을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이후 당 차원에서 변호인단 구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이 대표가 변호사 선임 등 문제를 개별적으로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당 차원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과 법률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당선무효 확정 땐 434억 반납해야

이와 관련해서 민주당은 실제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당 차원에서 법률적 대응의 한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법률 대응 주체가 된다면 (재판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되는 건지 등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변호인단 구성 시 당 예산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엔 "그 부분까지 포함해서 법적 검토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 변호인단과의 직접적인 결합 혹은 지원 여부에 대해선 "법적 검토 결과가 나와야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당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선거보조금'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형 위기에 처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434억원의 대선 선거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여기에 이 대표의 재판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당내 고민도 커졌다. 검찰은 이날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공직선거법 사건, 위증 교사 사건,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등 5개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다만 민주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 사건들에 대해서도 변호인단 구성을 검토할지는 미지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 불구속 기소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에 "공직선거법 사건은 이 대표가 당의 대통령 후보시절에 대해 기소된 재판으로 당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변호인단 결합이나 지원을 검토한다는 것"이라면서 "나머지 사건은 당 대표로서 지닌 정치적 상황에 대한 정치적 대응은 당연히 당 차원이지만, 사법적 대응도 가능한 지는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민주당 내 검찰 고위직 출신 초선 의원들 입김도 세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표적 인물이 20년 검사 경력과 '대장동 변호인' 출신의 이건태 의원과 고검장 출신이자 이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박균택 의원이다. 이들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적극적인 엄호 메시지도 내고 있다.

박균택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증거상이나 법리적으로 유죄가 나올 수 없다 이렇게 확신을 갖고 있었던 사건"이라며 이 대표의 법률적 정당성을 설파했다. 또 오는 25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두고도 "당연히 무죄가 날 것"이라며 "위증 자체가 없었고, 때문에 위증교사나 방조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라고 확신했다. 이건태 의원은 전날 유튜브 《새날》에서 "(대법원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400억 넘는 선거보전금을 반환해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민주당에 큰 손해고, 보전비와는 별개로도 우리의 대선 후보면 민주당과 하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