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물” VS “부정 가려달라”···‘연세대 논술 논란’ 법원 판단은?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지난달 12일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의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 정지’ 결정에 대한 연세대의 이의신청 심문이 19일 열렸다. 연세대 측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고 수험생 측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수험생 측은 “시험의 공정성이 이미 훼손됐다”고 반박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전보성) 심리로 열린 연세대 논술시험 효력정지 이의신청에서 연세대 측은 “합격 발표를 원하는 1만여명의 다른 수험생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재시험 실시는 합리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가처분 결정이 수험생의 권리를 구제하지 못하고 피해자만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세대 측은 “문제 유출 의혹은 개연성이 매우 낮고, 재시험으로 이미 합격선에 있는 수험생의 합격을 보장할 수 없는 점, 재시험을 하면 다른 대학 입시 일정 등으로 불참할 수험생이 생길 수 있다”고 이의신청 근거를 설명했다. 이어 “논술시험은 185개소에서 1만여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문제지 문제가 벌어진 곳은 이 중 단 한 곳이었다”며 “이번 시험의 하자가 시험 결과를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 측을 대리하는 김정선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이미 시험 자체가 기능을 잃은 상황이라 합격·불합격의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맞받았다. ‘선의의 피해자’라면 현재 합격선에 있는 수험생일 텐데, 공정성 자체가 훼손된 사건이라 합격·불합격을 따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합격자가 있다고 해도 260명(합격정원 수)의 권리가 시험을 치른 1만여명의 공정성 침해로 인한 재시험 권리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교육기관이 할 일은 피해를 논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교육 입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부정과 불공정을 가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연세대 측의) 준비서면에 의하면 ‘합격자들이 월등하게 높은 실력을 갖췄다’, ‘점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은 재시험을 보더라도 합격권에 들어갈 것”이라며 “시험에서 떨어진다면 부정행위로 인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연세대 측의 향후 계획을 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연세대 측은 재시험도, 정시 이월도) 다 안 된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실현 가능성을 논외로 하고 재시험, 정시 이월, 260명의 모집인원을 아예 안 뽑는 것이냐”고 물었다. 연세대 측 변호사는 “그럴 수도 있다”며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것을 믿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연세대 측은 법원 앞에서 취재진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선 “채권자들(수험생)이 한 치의 실수도 없는 공정한 시험을 치를 권리나 기대권을 상실한 것에 대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뿐 이미 시험이 끝나 물이 엎질러진 마당에 주워 담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합격자 발표를 강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세대 측이 신청한 이번 이의신청의 심리 결과는 오는 20일 정오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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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술시험 유출 논란’ 연세대, “본안 판결 따라 방안 마련”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118201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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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