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훈풍’은 신기루? ‘한동훈 가족’ 때리는 친윤의 속내는
권성동 “당무감사 나서야” 김기현 “韓 해명 납득하기 어려워”
친한계 ‘내부총질’ 반발 속…수사 따라 ‘대표 책임론’ 발발할 수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대국민담화' 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설이 잦아들고 있지만, 여권 물밑에선 여전히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 논란'과 관련해 일부 친윤(親윤석열)계가 한동훈 대표의 가족을 '피의자'로 의심하면서다. 한 대표가 침묵하는 가운데 당 내부에선 '엄정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친윤계 복심들이 잇따라 한 대표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일각에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원게시판' 두고 갈등 재발한 '친윤-친한'
이달 초까지만 해도 용산과 한 대표 측 사이엔 전운이 감돌았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양측이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놓으면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김 여사의 활동 중단과 인적 개편을 약속했다. 한 대표는 이를 '휴전 사인'으로 받아들인 모습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대통령께서도 변화와 쇄신을 말씀하셨다"고 자평했다.
이후 번져가던 '윤-한 갈등설'은 잦아드는 듯 했다. 그러나 훈풍은 오래 불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일단 '한동훈'이라는 게시자가 한 대표가 아니라는 것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대표의 가족이 비방글을 올렸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친윤계는 일제히 한 대표와 그의 가족을 겨냥한 당무감사와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비방글을 쓴 게시자 이름이 한 대표의 가족들과 일치하며 △비방글이 올라온 시점이 유사하고 △이들이 한 대표에 대해선 찬양글을 올린 점 등을 지적하며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당정화합, 당내 화합을 위해 하루빨리 당무감사를 통해 이 문제가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당정갈등, 당내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당무감사를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사안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동료 의원이라든가 대통령 부부라든가 이런 부분을 좀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매도하는 내용이 많이 있다"며 "내용도 좀 문제가 될 것 같고, 거기에 거명된 의원들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나 동료 의원을 비난한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한 대표 가족 명의가 도용된 것인지 아니면 사실인지에 대해 한 대표가 진실을 말해야 할 그런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대표의 가족들이 쓴 댓글인지만 밝히면 될 일"이라며 "거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고 무슨 법률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 대표를 향해선 "지금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로 법률 위반이라고 하는 해명은 오히려 의혹만 키울 뿐 한 대표 자신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친윤계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유사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한동훈 대표는 오늘도 '한가족 드루킹 사건'에 대해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 예스냐, 노냐? 가족들이 했냐, 안 했냐? 이 간단한 대답을 못 하니 추가 증거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결국 한동훈 대표의 가족 중 1인이 다른 가족 명의로 여론을 조작하고 당정갈등을 일으킨 범인이다"라고 주장하며 "특히 맘카페 활동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하고, 양가 가족들의 인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배우자 진OO 변호사가 몸통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나와도 계속 침묵하고 도망다닐 거냐"라고 주장했다.
韓 침묵 속…수사 따라 갈등 향배 달라질 듯
한 대표는 '민생 행보'에 집중하며 이번 논란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과거 '이준석-윤석열 갈등' 당시 '내부총질'을 말하던 친윤계가 지금 바로 그걸(내부총질)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게시판에 올라온 비방글이 중요하다는데,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트럼프 재집권 등 산적한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라고 되물었다.
친윤계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논란의 열쇠는 수사기관이 쥐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경찰이 국민의힘에 게시판 서버 자료를 보존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결과 실제 한 대표 가족이 윤 대통령 비방글을 올린 게 사실로 판명될 경우, '윤-한 갈등'은 다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는 이 경우 '한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한계는 '그렇다해도 한 대표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게시판 욕설 사건도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만약 한동훈(대표) 가족이 전부 동원되었다면 그 가족 중 대표자가 될만한 사람만 처벌하는 것이 수사의 정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 게시판 관련 논란에 "(한 대표)가족이 만약에 (비방글을 작성)했다 하자. 그게 뭐가 (법적으로)문제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자꾸만 긁어서 부스럼 일으킨다. 그렇게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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