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내실보단 외형’ 솔루엠…재무건전성 악화일로
수주·매출 인식 지연에 EBITDA·현금흐름 둔화
운전자본 부담 확대로 유동성 경직…외상값·재고 증가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솔루엠(248070)이 올해 들어 해외 판매법인을 대거 늘리는 등 외형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내실은 챙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창출력과 현금흐름 모두 악화하면서 재무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솔루엠의 차입구조가 단기 중심인 점을 근거로 수익성 개선에 차질을 빚을 경우 유동성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솔루엠의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 규모는 807억원으로 전년 말 1319억원 대비 3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동 비율은 129.3%에서 121.1%로 8.2%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적정 유동비율로 여겨지는 150%를 하회하는 수치다.
솔루엠은 삼성전기의 파워 모듈 사업과 튜너(Tuner) 사업,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을 분사해 2015년 9월 설립한 회사다. 솔루엠의 대주주였던 삼성전기는 지난해 3월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솔루엠의 보유 현금이 40% 가까이 줄어든 것은 현금창출력 둔화 영향이 크다. 대형 리테일향 수주와 매출 인식이 지연되면서 성장이 둔화됐고 수익성 훼손으로 이어져 현금창출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예상된 솔루엠의 대형 수주가 제품 스펙 변화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루엠의 올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7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432억원 대비 50.6% 급감했다. 매출도 1조251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6322억원 대비 23.4% 줄었다. 이에 따른 EBITDA 마진율은 8.8%에서 5.7%로 3.1%p 하락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EBITDA 마진율은 EBITDA에서 매출을 나눈 것으로 매출 중 감가상각과 세금, 이자 차감 전 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현금창출력과 함께 현금흐름 둔화세도 뚜렷하다. 실적이 감소한 상황에서 운전자본에 현금이 묶이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둔화한 것이다. 솔루엠의 올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90억원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043억원 순유입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 솔루엠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3290억원으로 전년 말 2354억원 대비 39.8% 증가했다. 순운전자본은 1년간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본으로 영업활동에 묶여 있는 현금으로 볼 수 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늘어날수록, 매입채무가 줄어들수록 순운전자본 부담이 커진다. 매출채권은 외상매출과 받을 어음 등 ‘외상 판매대금’을 의미한다. 재고자산은 일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는 상품과 제품, 재공품, 원재료, 저장품으로 구성된다. 또 매입채무는 기업이 상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로 외상매입과 지급 어음을 나타낸다.
솔루엠은 올해 들어 외상거래와 재고 매입 확대 영향으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솔루엠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각각 1799억원, 303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80.3%, 13.1% 늘었다.
특히 매출채권의 경우 매출 규모 감소로 회전율이 크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연환산매출로 계산한 솔루엠의 매출채권 회전율은 16.5회에서 11.9회로 4.6회 둔화했고 회전일수는 22.1일에서 30.6일로 8일 증가했다. 지난해 말 22일이면 충분했던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한 달 이상 소요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솔루엠의 차입구조가 극단적으로 단기차입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어렵지 않게 단기차입금 만기 연장이 가능하지만 현금창출력과 현금흐름 개선에 차질을 빚을 경우 대외 신용도 등에 악영향을 미쳐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을수록 차환과 금리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신용등급 하락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단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솔루엠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3188억원으로 전체 차입금 중 99.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 92.6% 대비 7%p 상승한 수치다. 차입금의존도도 33.6%로 적정 수준인 30%를 상회하고 있고 순차입금 비율은 55.7%에 달한다.
한편 솔루엠은 올해 들어 북미와 브라질, 싱가포르, 베트남 등 글로벌 각지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외형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건엄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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