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세무에서 법, 행정, 블록체인까지… "새로운 도전은 여행하는 즐거움"
심리 더 공부해서 사람들 도와주고파… 새 분야 계속 도전할 것"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상속세, 가상자산 과세 등 세금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덩달아 바빠진 교수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관련 최고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오문성(63·사진)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이다.
방송 출연과 인터뷰, 각종 토론회에 참석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오 교수는 '새로운 도전'을 말했다. 경영학과 법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오교수는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심리학과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지금은 블록체인 관련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재미있잖아요." 이제 조금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오 교수의 답이었다. 그는 "학구열과 호기심은 비슷한 거에요.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그걸 더 공부해보고 싶잖아요. 변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은 늘 즐겁습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지 않았으면 인생이 얼마나 지루했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세상에 있을 때 이것들이 나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오 교수의 인생은 늘 새로운 도전이었다. 서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오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고려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학 박사과정은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에서 수료했다.
"그때만 해도 자기가 나온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 대학원 가는게 흔치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좇다 보니 학교가 다양해졌네요."
학교뿐 아니라 실무 경험도 다양했다. 학교 졸업 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회계법인과 증권사에 들어갔던 오 교수는 이후 은행과 리스회사, 회계법인을 거쳐 대학으로 금융과 회계, 세무실무와 학계를 다양하게 경험했다.
"회계를 공부하고 회사에 근무하며 강의를 나가다 보니 박사학위가 필요했고, 조세를 전공하다 보니 법학 지식이 필요했어요. 법학은 또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경영학은 '유도리'가 많은분야인데 법은 굉장히 논리적이잖아요."
어떤 학문이 가장 재밌었냐는 질문에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공부는 꼭 여행 같아요. 이태리에 여행을 갈때랑 호주에 갈 때, 중국이나 일본을 여행갈 때 나라마다 새로운 재미가 있지 않아요? 이것도 똑같아요. 각각의 재미가 있고 중요한 건 새로운 것을 할 때 '설렘'을 느낀다는거죠."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다 보니 유연한 사고도 가지게 됐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잖아요. 경영학에서는 '랜덤'을 '무작위'로 쓰는데, 심리학에서는 '무선적'이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처음엔 무선적이란 표현을 다 무작위로 바꿨는데 나중엔 점점 이해가 됐습니다. 하나의 분야만 파다 보면 거기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어요. 각각 하나의 학문만 전공한 교수들이 접경지역에서 만나면 서로 자기 것이 맞다고 우겨요. 둘 다 맞는 건데. 지금은 이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상법에 '자본준비금'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회계쪽에서 보면 그 말은 진작 사라진 말이에요. 지금은 '자본잉여금'이라는 말을 쓰는데 상법에서는 이걸 받아들여주지 않아요. 받아들이면 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해외는 벌써부터 학제간 연구가 활성화됐는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전공했지만, 주 전공분야로는 '세법'을 선택한 이유도 물었다. 그는 " 젊은 시절 첫 전공으로 경영학과에 와서 회계 공부를 했고 이어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회계사 분야 쪽에서 공부할 수 있는게 감사와 컨설팅, 조세가 있었는데 감사업무보다는 조세분야가 오래할수록 전문성이 쌓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조세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잖아요. 세금 문제는 상의하는 쪽에서 절실히 도움을 받기를 원해요. 그러니까 자문을 해주면 감사해 하더라고요. 조세를 공부하다 보니 법학이 필요했고, 결국 지금 이렇게 세법 전문가가 됐네요."
세무 관련 최고 전문가인 그는 최근 금투세와 상속세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제가 바뀐다고 하면 늘 대립되는 구조가 생겨요. 개인적으로 서민증세, 부자감세 라는 말은 굉장히 안 좋은 말인 것 같아요. 이런 말은 정치인들이 쓰기에나 좋은 말이에요. 프레임을 씌우는 거니까. 프레임을 벗어나 큰 틀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는 세제는 현실에 맞춰 바꿔가는 것이지,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세제 개편만 하면 부자 감세라고 하는데, 세제는 일률적으로 부자 감세, 서민 증세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 세제에는 누진세가 있잖아요. 소득 불평등을 어느 정도 줄이려고 하는 그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일단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낸다는 의미에요. 법인세에도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OECD 국가 중 70~80%는 한 단계 세율이에요. 소득세의 경우 누진세율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는 정책결정의 문제입니다."
세제의 합리적인 개선도 강조했다. "기업을 승계하는 과정의 상속세도 우리는 기업 승계를 해줄 때 걷잖아요. 그런데 자본이득세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는 우선 상속을 받은 뒤 그 지분을 처분할 때 세금을 매겨요. 이런 자본 이득세가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립적인 구도가 아니라 현재 세제와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덕이 되는지를 생각해야죠."
자본이득세를 시행하면 증여세에 대한 문제도 일거에 해결된다. "산업자금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현금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5만원권이 사라진다는 게 이 이유 때문이잖아요. 자본이득세를 하면 증여세 문제가 없어지고, 그 돈이 결국 시장으로 나와 돌게 될거에요. 우리나라 경제에는 그게 더 이득일 수 있죠."
오 교수의 최종 목표를 묻자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제가 평생 해왔던 조세 쪽. 이 분야는 계속해 갈 겁니다. 두 번째는 지금 하나의 큰 기둥으로 보는 심리 쪽이에요. 이 분야를 더 공부해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심리적 자산'이 적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은 새로운 분야를 계속 쫓아 가는 겁니다. 지금은 블록체인과 AI 쪽에 관심이 많은데. 이것도 당분간은 나에게 있어 굉장한 삶의 의미를 부여할 것 같습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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