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아시나요`… 각자도생 인맥찾기 사활 건 재계
이재용·최태원 글로벌 인맥 가동… 김승연·정기선 진두지휘 전망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파격 인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SK·현대차·LG·HD현대·한화 등 국내 기업들이 인맥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빠르고 파격적인 차기 내각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등 국내 기업들에 민감한 정책 역시 발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연말 인사를 앞둔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사들은 미국 사업 리스크를 고려해 트럼프 2기 정부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삼성과 SK는 트럼프 당선인이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칩스법과 IRA 등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며, LG그룹 역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녹색 사기"라고까지 맹 비난한 IRA의 경우 전면 폐기까진 아니더라도 지원 요건을 엄격하게 만들어 지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해당 요건을 사전에 파악하고 지원 대상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속에서도 대미 투자를 강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의 경우 미국 현지 공장을 발빠르게 준공하면서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은 데 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 내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들이 직접 인맥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트럼프 2기 정부의 핵심으로 부상 중인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다수의 현지 정·관계 인사들과 연이 닿아있다. 이 회장의 경우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차량용 반도체 등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유통가에서는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이 과거 트럼프 당선인 또는 측근과의 인연을 가지고 있으며, 구본걸 LF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명문 펜실베니아대 MBA 과정인 와튼스쿨(Wharton School of Finance) 동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한 발 앞서 움직인 대기업들도 있다.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 HD현대그룹 등은 이미 트럼프 2기 출범에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의 경우 북미지역을 총괄하는 호세 무뇨스 사장을 첫 외국인 대표이사에 임명하고, 미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대관을 강화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에 오르면서 승진하면서 조선·방산에 대한 '트럼프 러브콜'에 화답했고, 조선업이 중심인 HD현대그룹도 정기선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대미 통상 대응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들 기업들은 또 현지에서 일자리 창출 등 경제 기여도가 높은 점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북미 지역서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을 포함해 19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연간 201억달러(약 28조원) 수준이다. 한국은 작년 대미 투자국 1위에 오르는 등 현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이 중심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설립한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가 지난달부터 배터리 모듈 생산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조 아라우호 넥스트스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캐나다 매체 C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권 교체로 인한 일자리 영향은 걱정하지 않는다. 내년 말까지는 운영할 모든 것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스트스타는 2026년 1분기까지 2500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트럼프 2기 정부 줄대기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미 로비업체들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부터 면제 방법을 찾으려는 현지 기업들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며, 복수의 현지 로비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기업들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미 수출기업뿐 아니라 현지 기업들도 원가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벌써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BC는 "이러한 초보호주의적 무역 접근 방식은 팬데믹 시대의 인플레이션 급등에서 회복하는 시점에 전반적인 관세가 생산과 소비자 물가를 더 비싸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 및 통상외교 강화 방안 긴급 정책토론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적자 해소 문제 최우선 목표로, 미국으로 제조업 회귀를 유도하는 수단으로서 관세정책을 중심으로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IRA 축소 폐기 가능성과 함께 전기차 정책도 퇴조할 가능성이 있으며 석유·가스 등 수출규제 완화와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도 언급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의원연맹을 조속히 구성하고 밀도 있는 의원 외교를 전개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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