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향적 결단에도… 정부, 트럼프 눈치에 전략수정 불가피 [뉴스 투데이]
韓정부에 에이태큼스 허가 사전 통보
조기 종전 원하는 트럼프측선 불쾌감
우크라 특사단 방한 앞둬 ‘협의’ 관심
당국 “무기 지원 실무차원 검토 안 해”
대통령실선 “美 결정 공유 받은 정도”
일각 “트럼프 2기와 보조 맞출 필요성”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 허용을 결정하고, 서방 국가도 지원을 강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무기 지원 여부를 놓고 한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평화협정과 조기종전을 구상하면서 그동안 북한의 파병을 계기로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하던 우리 정부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미 대선 이후 신중한 반응으로 돌아섰다.
국방부도 무기지원에 대해 실무적인 차원에서도 검토나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방향이 정해져야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논의를 시작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거리미사일 사거리 연장 해제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이를 결정한 것인데, 그 시점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이라 한국 입장에서는 난감해진 측면이 있다. 이 사실을 미국이 한국에 미리 통보했다고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폐허로 변한 도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9일(현지시간)로 1000일이 된 가운데 18일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소방대원 등이 러시아의 로켓공격으로 타버린 건물과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오데사=AP연합뉴스 |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무기지원을 줄이겠다는 트럼프 2기와 우리가 보조를 맞춰야 하는 만큼 무기지원을 늘리겠다고 한다면 동맹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아마 (우크라이나 특사 방한 때) 실질적으로 진전된 합의가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현 행정부의 장거리 미사일 지원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표정 관리를 해주되,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도 함께 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두 실장은 “포괄적으로 미측과 우크라이나 특사 관련 협의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군 파병이라는 변수 속 단계적인 대응 조치를 위해서도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은 필요하다는 정도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언급한 만큼 무기지원보다는 인도적 피해 방지, 전쟁 조기 종식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나을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1000일 넘게 이어진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과 인명 피해 증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살상무기 지원 등을 직접 언급하기보다 ‘북한군 참전에 상응하는 단계적 대응 조치로서 인도적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트럼프2기 행정부가 들어섬으로써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이 완화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러 관계에 직접적인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는 무기지원 결정을 단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지혜·구현모 기자, 리우데자네이루=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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