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美 FCC 위원장에 `빅테크 규제론자`… `망사용료` 논의 탄력 받나
'트럼프발 망 비용 지불구조 변화가 오나.'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미국발 망 사용료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 '빅테크 규제론자'로 꼽히는 브랜던 카 상임위원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통신업계와 구글·넷플릭스 등 콘텐츠 기업간 망 사용료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미국발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FCC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랜던 카는 인터넷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업체(CP)간 망 사용료 문제는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언론 기고문을 통해 "빅테크에 정당한 몫을 지불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카 위원은 "빅테크는 인터넷 인프라를 무임승차하면서 네트워크를 유지·구축하는 데 필요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빅테크가 공평한 금액을 분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프라임, 디즈니플러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5개 기업이 제공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농어촌 지역 광대역 네트워크 전체 트래픽의 75%를 차지하는데도 비용을 일반인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데이터 트래픽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을 근거로 내세우며 망 사용료 납부를 피해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전역에서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망 중립성은 스트리밍 이전 시대의 개념으로, 망 사용료 납부와 연관지을 사안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벌인 망 사용료 관련 법적 분쟁 당시 판결에서도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는 상호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세계 전역에서는 망 사용료 지급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네트워크 비용 공정분담을 골자로 하는 EU 집행위원회의 디지털네트워크법(DNA)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제화 등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상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는 구글에서 망 사용료를 안 받는 이유에 대해 "이용료를 받는 게 당연한 이치이지만, 구글이라는 거대한 기업과 힘 차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선 글로벌 빅테크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제 파워가 약한 만큼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 망 사용료 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한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은 글로벌 CP가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여야 의원 7명이 대표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카 위원장 지명으로 네트워크 인프라의 중요성도 부각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통신 인프라 사업을 하는 만큼 관련 산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혼합현실(XR) 등 혁신 서비스가 매끄럽게 구현되려면 유·무선 네트워크뿐 아니라 위성통신, 데이터센터 등이 필수인 만큼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강력한 인프라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부 글로벌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가 지속될 경우 국내 일반 이용자들과 CP들만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테크기업들에 망 이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안 마련에 나서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해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망 무임승차방지법을 심사하고 신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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