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애착…‘구본창의 렌즈’를 들여다보다

김용희 기자 2024. 11. 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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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외톨이였다. 땅에 떨어진 말을 못하는 것들과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의 세계가 돼버렸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이야기를 렌즈에 담은 구본창(76) 사진작가는 1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화할 수 없는 것들과 대화하기 위해 많은 사진을 찍어왔다"며 "외롭고 쓸쓸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위로와 공감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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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사물의 초상’ 22일 개막
2000년 이후 작업 중심으로 전시
구본창 사진작가가 1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기획전 ‘구본창: 사물의 초상’ 출품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어린 시절 외톨이였다. 땅에 떨어진 말을 못하는 것들과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의 세계가 돼버렸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이야기를 렌즈에 담은 구본창(76) 사진작가는 1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구 작가는 문화전당이 마련한 기획전시 시리즈 ‘에이시시(ACC) 포커스’의 첫 초대 작가다. 전시는 ‘구본창: 사물의 초상’을 주제로 22일부터 내년 3월30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구본창의 항해’를 주제로 초대전을 열었던 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 이후 작업을 중심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정서를 담은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3부로 나뉜다. 1부 ‘역사를 품은 사물에 숨결을 입히다’는 한국전쟁 유물이나 조선백자, 신라 금관 등을 영상과 설치작품으로 선보인다. 문화전당 복합전시 3·4관에 설치된 ‘백자 연작’은 5m 길이 대형 족자에 해외로 유출된 백자 사진을 담아 백자들이 고국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 ‘황금 연작’은 신라 금관 등이 땅에 묻히기 전 화려했던 모습을 표현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기획전 ‘구본창: 사물의 초상’을 여는 구본창 사진작가가 19일 출품작 ‘백자 연작’을 바라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구본창 사진작가가 ‘구본창: 사물의 초상’에서 선보인 예술인 초상사진. 김용희 기자

2부 ‘일상 속 사소한 사물을 발견하다’는 일상 속 사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5세기 프랑스에서 건물 모퉁이나 문을 마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샤스루’를 비롯해 비누, 식기 포장재, 거울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으로 구성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영상작품 ‘코리아 판타지’는 우리나라 4대 고궁 단청을 반복적인 영상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3부는 ‘구본창의 시선과 마주하다’는 배우 고 강수연, 안성기, 심은하, 이미숙 등 예술인들의 초상 작품을 소개한다. 소설가 한강의 2003년 모습도 볼 수 있다. 구 작가는 “한강 작가는 어딘가 수줍지만 안으로 굉장히 강인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할 수 없는 것들과 대화하기 위해 많은 사진을 찍어왔다”며 “외롭고 쓸쓸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위로와 공감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전당은 오는 30일 오후 2시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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