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경향을 옛 그림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본다…경기도미술관 '알고 보면 반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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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예술 '민화'.
그 속엔 행복·번성·다산 등 이상향이 배어 있거나, 유머와 풍자의 시선이 담겼다.
'꿈의 땅' 섹션에선 화조도나 백수백복도 등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행복, 건강, 장수, 번성 등을 기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신령스러운 동물, 인격화된 신 등 초자연적 영역의 민화들을 볼 수 있는 동시에 현대적 샤먼을 탐구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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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예술 ‘민화’. 그 속엔 행복·번성·다산 등 이상향이 배어 있거나, 유머와 풍자의 시선이 담겼다. 대중지향적이고, 삶에 대한 사유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민화는 ‘K팝아트’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경기도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민화와 K팝아트를 조명한 특별전 ‘우리가 반할 세계’를 지난 15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전통 민화 27점을 비롯해 현대미술 작가 19명의 작품 102점이 설치됐다.
이번 전시는 세 가지 세계관에 따른 섹션으로 구분된다. 더 나은 현세를 위한 이상향의 염원을 담은 ‘꿈의 땅’, 해학적 삶의 태도를 그린 ‘세상살이’, 내세에 대한 상상을 조명한 ‘뒷경치’가 소주제다.
‘꿈의 땅’ 섹션에선 화조도나 백수백복도 등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행복, 건강, 장수, 번성 등을 기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알알이 맺힌 열매에 다산의 염원을 담은 ‘포도도’, 영험한 동물로부터 액운을 떨치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대호작도’·‘암호도’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염원의 태도는 현대미술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경종의 ‘만수만복’, ‘보물찾기’는 민속적인 요소를 재치있고 현대적으로 풀어내거나, 십장생과 연관된 만화 캐릭터를 숨겨놔 추억과 탐색의 시간을 쌓아놨다. 이인선 작가는 ‘뿔과 뼈’, ‘독과 꿀’ 등 과거 유행했던 스카잔 기법으로 점성술 등과 관련된 상징적 도상을 수놓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민화엔 각각의 재치로 해학과 풍자가 담겼는데, 이 같은 특징은 ‘세상살이’ 섹션에서 잘 드러난다. 깜짝 놀라 휘둥그레한 눈을 한 호랑이, 야무진 까치 등 익살스러운 동물의 모습이 등장하는 ‘호질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쾌락과 타락 등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해학적 관점으로 보여준 김은진의 ‘신의자리-인산인해 2’ 등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민화의 또 다른 키워드인 기복, 주술, 토속신앙은 ‘뒷경치’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신령스러운 동물, 인격화된 신 등 초자연적 영역의 민화들을 볼 수 있는 동시에 현대적 샤먼을 탐구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원효대사와 인연을 맺은 요석공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임영주의 ‘요석공주’, 백수백복도 양식을 빌어 상표 문자의 종합체를 그린 지민석의 ‘오문자도(코, 스, 구, 캠, 치)’ 등이 그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삶 가까이에 있는 예술로서 K팝아트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계, 닮고 싶은 세계,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다채로운 경관으로 펼쳐낸다”며 “이번 전시가 ‘K팝아트’의 재정립을 위한 시금석 중 하나로 작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3일까지 이어진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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