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기업 인재 못구해 '발동동' … 이공계 박사들은 바이오에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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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모 대학에서 바이오 관련 박사학위를 받은 A씨는 최근 겨우 한 중소기업에 일자리를 구했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1년간 박사후연구원(일명 포닥)을 하던 연구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계약이 종료됐고, 울며 겨자 먹기로 기계설비 쪽 기업연구소에 취직한 것이다.
A씨는 "바이오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교수직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면서 "그래도 나는 아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다른 박사들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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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업 82% 인력 부족 호소
과기전공 절반, 관련없는 일해
◆ 이공계 인력난 ◆
작년 국내 모 대학에서 바이오 관련 박사학위를 받은 A씨는 최근 겨우 한 중소기업에 일자리를 구했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1년간 박사후연구원(일명 포닥)을 하던 연구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계약이 종료됐고, 울며 겨자 먹기로 기계설비 쪽 기업연구소에 취직한 것이다. A씨는 "바이오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교수직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면서 "그래도 나는 아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다른 박사들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이공계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이 같은 '미스매치' 탓도 있다고 과학기술계는 말한다. 박사학위를 받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는데, 장기적 안목으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 2월 발표한 '과학기술 전공자 취업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과학기술 전공자의 46.7%가 비과학기술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 전공자 2명 중 1명이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이공계 박사가 특정 분야에 치우쳐 양성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심의회의 미래인재특별위원회에 보고된 '이공계 박사 추적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2022년 9247명이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 중 35%가 바이오 관련 박사였다.
박사학위까지 받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은 '양질의 박사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공계 박사 배출 대비 박사급 연구개발인력 일자리 증가는 1990년대에는 약 2.6배였다. 2000년대 이후 박사인력 배출은 5배 가까이 늘었으나 일자리 증가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16~2020년 사이 박사 배출 대비 일자리 증가는 약 54% 수준에 불과하다.
바이오 분야는 이런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분야다. 국내 산업계가 취약하다며 정부의 관련 투자가 대학에 집중되면서 바이오 분야 석박사 졸업자는 크게 늘었다. 문제는 생태계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탓에 기업들의 연구인력 수요가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노 분야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정부가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학과도 잇달아 개설됐다. 그러나 졸업생 중 나노 관련 회사에 취업한 인력은 16.3%에 불과했다.
이공계 박사들이 갈 곳이 없다지만 기업들은 기업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새로 창업하려고 해도 인재가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가령 최근 양자 붐이 일면서 양자를 기반으로 한 창업이 늘고 있다. 이들 창업자들이 가장 고충을 겪는 것은 인재 영입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람이 없어 채용을 접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 블랙홀'인 인공지능(AI) 분야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의료와 금융,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인 데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재 확보전쟁을 벌이고 있어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올 4월 발표한 '2023년 AI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AI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2354곳 중 81.9%가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미스매치와 이공계 인재 부족 문제를 타개하려면 대학원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계 고급인력의 국내 정착률은 약 30%에 불과하다.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성을 강조한 대학원 정책도 이제는 구조개혁과 국가 전체 R&D의 효율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대학 구조개혁과 대학원 특성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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