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산업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2.0] "삼성 덕에 제2 창업"… 베트남中企 수작업서 스마트공장으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받은 하노이 탕롱·빈민TMC 가보니
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스마트폰 포장지 생산정보
손으로 입력하다 고장 잦아
삼성 제조시스템 도입으로
기기에 첨단 센서 탑재해
실시간 이상 감지하고 해결

◆ 스마트산업 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

도티프엉리엔 탕롱 부사장(왼쪽)이 지난 12일 베트남 박닌에 위치한 본사에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컨설턴트와 인쇄기기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 12일 오전 베트남 박닌의 중소 포장 전문 기업. 플라스틱이 녹는 듯한 냄새가 은은히 풍기는 베트남 포장 전문 기업 탕롱에 도착하니 공장 내부에선 여러 인쇄기가 바쁘게 가동되고 있었다. 작업대 곳곳에 설치된 디지털 센서가 실시간으로 생산 데이터를 수집했다. 벽에 탑재된 커다란 화면에는 숫자가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도티프엉리엔 탕롱 부사장은 "삼성전자 도움을 받아 우리 공장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스마트공장으로 재탄생했다"며 "제2의 창업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프로젝트가 이제 국경을 넘어 베트남 현지 기업으로 확대된다. 삼성전자 기술 전문가를 베트남 기업에 투입해 맞춤형으로 공장 효율화와 디지털 전환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응우옌반뚜언 빈민TMC 대표가 지난 12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본사에서 스마트공장으로 전환된 정밀가공 기계 옆에서 생산 담당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탕롱은 종이나 플라스틱 같은 원자재를 이용한 인쇄물을 제작하는 업체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포장용 종이 팩이나 종이상자를 주로 공급한다.

포장 사업 하나로 연 매출 300억원을 넘긴 기업으로 성장한 탕롱이지만, 과거에는 해결해야 할 고민이 적지 않았다. 인쇄기 가동부터 인쇄물 생산, 재고 관리, 설비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공정을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해 운영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는 손으로 작성해 엑셀로 옮겨 저장했다. 인쇄기는 예측할 수 없는 때에 고장이 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탕롱의 비효율적인 공정은 생산성과 품질 관리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탕롱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과제로 남아 있었다.

삼성전자는 탕롱에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나섰다. 생산 실적, 설비 상태, 제품 흐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모든 기기에 첨단 센서를 탑재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으고 분석할 수 있게 했다. 인쇄 회사의 핵심 자산인 인쇄기 품질관리에도 자동화를 도입했다. 기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설정된 상한과 하한을 벗어나면 경고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점검하고 고장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도티프엉리엔 부사장은 "인쇄는 초당 수십 장을 짧은 시간에 찍어내기 때문에 한 번 기기에 이상이 발생하면 매출 하락과 직결된다"며 "과거에는 조치 시간, 정비 시간이 길어져 가동률이 떨어지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번 구축을 계기로 이 회사의 에너지 절감과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도 강화됐다. 기기를 가동하지 않을 때는 설비 전원을 제어하고 인쇄 건조기 작동을 최적화해 전력 소비량을 크게 줄였다. 작업 흐름에 맞게 제조 생산설비도 재구성했다. 각 공정이 더욱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구조를 바꿔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삼성전자 멘토단인 권혁철 위원은 "1㎜ 이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는 인쇄업계에서 대형 인쇄기가 핵심 자산인 전문 업체의 생산설비를 재배치한 것은 삼성전자의 자신감이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차로 30여 분 이동해 도착한 또 다른 업체인 정밀가공(CNC) 전문 기업 빈민TMC. 이곳도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으로 재탄생했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정밀 제품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여러 글로벌 기업의 핵심 파트너사로 자리매김했다. 정밀가공 기업은 고도의 기술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부품이나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말한다. 빈민TMC는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한 2008년에 정밀가공 사업의 유망성을 예견하고 창업했다. 빈민TMC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현지 협력사 중 한 곳이다.

2008년 150㎡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지금은 1만㎡ 규모에 직원 320명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빈민TMC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통해 전환점을 맞이했다.

과거에 매일 반복되던 수작업 기록과 수동 관리 시스템을 이제는 모두 디지털화했다. 실시간으로 모든 생산 정보를 확인하고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응우옌반뚜언 빈민TMC 대표는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도입 이후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빈민TMC에 제조실행시스템(MES)을 적용했다. MES란 공장에서 일어나는 생산 활동을 관리하고 최적화해주는 도구다. 공장에서 생산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생산 계획과 실제 생산 상황을 조화롭게 맞춰 공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빈민TMC는 삼성의 도움을 받아 설비 가동률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 매출도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빈민TMC는 현재는 일부 생산라인에서 스마트라인 전환을 시범 가동 중이지만, 전체 공장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

응우옌반뚜언 대표는 "단기간 내 빠르게 생산공정을 혁신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고품질의 고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 박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