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어 기아도 '촉탁직 노조 가입' 무산

구경우 기자 2024. 11. 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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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노동조합이 추진하던 정년퇴직 후 재고용된 계약직원(촉탁직)의 노조 가입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앞서 현대차노조가 촉탁직의 노조 가입을 추진하다 무려 90%의 노조원이 반발하자 없던 일이 됐다.

앞으로 매년 1000여 명의 정년퇴직자가 촉탁직으로 노조에 다시 가입해 임금 투쟁에 나서면 기존 노조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현대차·기아의 촉탁직 노조 가입이 무산되면서 노동계에서 당분간 정년퇴직자들의 노조 재가입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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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누리고 또 혜택···욕심 과해"
현대차 '88%' 압도적 부결 이어
기아, MZ반발에 투표날짜 못잡아
표결도 없이 추진하다 결국 포기
노동계 '촉탁직 가입 논란' 일단락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홈페이지. 자료=기아 노조
[서울경제]

기아 노동조합이 추진하던 정년퇴직 후 재고용된 계약직원(촉탁직)의 노조 가입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앞서 현대차노조가 촉탁직의 노조 가입을 추진하다 무려 90%의 노조원이 반발하자 없던 일이 됐다. 기아 노조도 같은 사안을 투표에 올렸다가는 청년 조합원의 압도적인 반대에 직면해 지도부가 흔들릴 우려까지 나오자 스스로 꼬리를 내렸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촉탁직 노조 가입 작업을 중단했다. 기아 노조는 이달 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기아지부 화성지회를 시작으로 촉탁직의 노조 가입 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아 노조는 신청서를 받고도 최종 가입을 결정할 대의원 투표 날짜조차 조율하지 못했다. 청년들로 구성된 소위 ‘MZ 노조원’의 반발 목소리가 거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현대차가 14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실시한 촉탁직 노조 가입 투표 결과가 압도적인 부결(찬성 11.9%)로 나왔다. 결과를 지켜본 기아 노조는 촉탁직의 노조 가입을 위한 대의원 투표를 포기했다.

기아 노조 지도부는 투표 없이 정년퇴직한 선배들을 노조원으로 다시 받으려는 시도까지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노조 규약에 규정된 조합원의 가입과 탈퇴 규정을 일부 수정하는 방안이다. 투표가 어렵다면 ‘룰’을 바꿔 촉탁직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MZ 노조원들의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서 촉탁직의 노조 가입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촉탁직의 노조 가입을 두고서는 청년뿐만 아니라 4050 노조원들도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지도부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기존 노조원들이 불리해지는 근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기아는 2020년 촉탁직을 포함한 기간제 근로자 수가 444명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퇴직자가 늘어나자 2022년 1587명(4.4%), 올해 9월 기준 2103명(5.9%)으로 급증했다. 노조 선거는 3~4% 차이로도 당락이 결정되는데 촉탁직의 비중이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정년퇴직 이후 재고용된 촉탁직이 노조로 돌아오면 기존 노조원들의 혜택을 나눠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기아노조의 단체협약에는 ‘조합이 이미 확보했거나 실시해온 기득권 및 기존 노동 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에 따르면 촉탁직이 노조에 다시 가입해서 조합원이 되면 기존 노조가 획득한 수당 등 각종 혜택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정년퇴직 이후 계약직으로 재고용된 촉탁직의 연봉은 약 8000만 원 수준으로 퇴직 전 60% 수준이다. 앞으로 매년 1000여 명의 정년퇴직자가 촉탁직으로 노조에 다시 가입해 임금 투쟁에 나서면 기존 노조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심지어 계약직(2년)을 넘어 정년 연장 투쟁에 나설 경우 청년 노조원들은 더 많은 혜택을 나눠 가져야 한다. 노조 일부에서 정년퇴직 후 재고용된 선배들을 향해 “욕심이 과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기아의 촉탁직 노조 가입이 무산되면서 노동계에서 당분간 정년퇴직자들의 노조 재가입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많은 기득권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 노조가 가입 범위를 촉탁직까지 확대하면 촉탁직 운영, 처우 등에 대한 요구들이 늘어나면서 노노 간, 노사 간 새로운 갈등이 부각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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