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생명체 생물학’으로 보는 삶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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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미생물은 장 건강에 중요하다.
이들은 현대 생물학의 기초인 진화론과 유전학에서도 미생물의 영향이 더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환자의 게놈뿐 아니라 공생미생물의 게놈까지 통합해 분석해야 질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기대대로 통생명체 생물학이 호응을 얻어 과학계에 독립 분야로 자리를 잡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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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장내미생물은 장 건강에 중요하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바꾸고 비만과 장 질환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뇌까지 이어지는 ‘장-뇌 축’이라는 신호전달 경로에 관여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세포 수로 따지면 우리 몸에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은 인간 세포보다 훨씬 많다. 공생미생물이 숙주 동식물의 소화, 대사, 면역에 참여하며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 됐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동식물의 생명현상은 숙주 동식물과 공생미생물을 하나로 종합해 파악할 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등장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세스 보든스타인 교수를 비롯해 여러 나라 과학자 21명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숙주와 공생미생물을 하나의 생물체 단위로 파악하자는 새로운 생물학으로서, 이른바 ‘홀로비온트 생물학’을 제안했다. 홀로(holo)는 전체를, 비온트(biont)는 생물체 단위를 뜻하는데 둘을 합친 홀로비온트는 국내에서 대체로 통생명체로 번역된다.
통생명체 생물학은 생명을 보는 관점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눈에 보이는 숙주 개체를 통합해 그 전체를 바라볼 때 동식물의 기능과 변이, 건강과 질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 저자인 보든스타인 교수는 대학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인간 세포보다 더 많은 인체 미생물은 인체의 생물학적 특성 변화를 디엔에이보다 더 많이 설명할 수 있다”면서 통합적 관점이 자연에서 실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예컨대 의학 분야에서 유전자 정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만성질환 같은 질병을 환자와 미생물을 함께 살핌으로써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작물 유전자뿐 아니라 공생미생물을 함께 고려할 때 농업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 보든스타인 교수는 “농작물을 기후변화에 더 잘 견디게 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대장염, 심혈관 질환, 만성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현대 생물학의 기초인 진화론과 유전학에서도 미생물의 영향이 더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작위 변이와 환경 적응, 자연선택이 오래 쌓이면서 종 분화가 일어난다는 진화론의 뼈대에, 다윈이 미처 알지 못한 미생물의 작용도 종 분화 요인으로 추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의 게놈뿐 아니라 공생미생물의 게놈까지 통합해 분석해야 질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기대대로 통생명체 생물학이 호응을 얻어 과학계에 독립 분야로 자리를 잡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이와 별개로 이미 많은 연구는 동식물이 미생물 없이 저 혼자 순수한 개체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주 공간에 지구생태계를 그대로 복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얽힘,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네트워크까지 그대로 복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홀로비온트이며 지구생태계에서 살아 있음은 독주가 아니라 무수한 것들의 합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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