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나선형 특허' vs 현대 '건축계 노벨상'…한남4 맞대결
입찰가격 삼성 1.57조 vs 현대 1.49조 제시
건설업계에서 올 하반기 재개발 수주전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을 놓고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었다. 특화 디자인을 앞세워 불꽃 튀는 조합원 표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공사비 1.6조'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나섰다(9월20일)
입찰가격은 현대건설이 삼성물산보다 소폭 낮게 제시했다. 가격 면에서는 시공사 선정에 우위를 점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들 두 건설사는 지난 18일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한남4구역) 시공사 본입찰에서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며 맞대결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이날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UN Studio)와 협업해 한강변 전면에 배치된 4개동을 회전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로 설계한 '원형주동 디자인'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 디자인으로 정비 사업 최초 특허를 출원했다. 이 외에도 남산과 한강 등 조망에 따라 'O자', 'X자', 'L자' 등 다양한 형태의 주동 배치를 제시했다. 조합원 모두 한강조망권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입주민 생활 방식에 따라 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가변형 구조 설계도 제안했다.
서울시청 광장 6배에 달하는 약 4만㎡(1만2000여평)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도 차별화 항목이다. 한남4구역을 하나로 통합한 3개층 높이의 센트럴 커뮤니티를 통해 스포츠, 문화생활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남지구 가장 높은 곳에는 스카이 커뮤니티를 둬 한강·남산·용산공원 등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단지명은 '널리 빛나고 번영한다'는 의미를 담아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으로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앞서 한남4구역 수주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도 구성했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한남4구역이 한남뉴타운을 대표할 수 있는 단지가 될 수 있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차별화된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디자인 특화 강점을 내세웠다. 현대건설은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건축사무소 아키텍츠와 손잡았다. 자하 하디드는 과거 삼성물산이 시공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낸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한국에서 공동주택 설계 작업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한 현대건설과 함께 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건설은 한강의 물결과 남산의 능선을 형상화한 곡선미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 직선형 설계를 벗어나 곡선형 알루미늄 패널 8만8000장을 사용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단지 내 3개동을 연결하는 190m 길이의 브릿지와 2개 동을 연결하는 110m 브릿지로 외관 설계 특화를 더했다.
현대건설 역시 조합원 전 세대가 한강, 남산, 용산공원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조망권에 중점을 둔 설계를 제안했다. 특히 당초 51개동에서 29개동으로 22개동을 줄여 세대 간 조망권 침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중대형 평형인 1318가구는 테라스 특화 평면도 적용한다. 모든 조합원은 돌출 테라스, 오픈 테라스, 포켓 테라스 등 다양한 테라스를 선택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단지명으로 '디에이치 한강(THE H HANGANG)'을 제안했다. 특히 한남3구역 '디에이치 한남'과 연계해 총 8000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입찰가격 경쟁력에서는 현대건설이 소폭 앞섰다.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6만258㎡에 지하 7층~지상 22층 총 51개동, 2300여가구가 넘는 공동주택과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공사다. 조합의 총 예정 공사비는 약 1조5700억원 규모다.
지난 18일 입찰에서 삼성물산은 예정 공사비 수준인 1조5695억원 규모로 입찰에 나섰다. 이에 맞서 현대건설은 삼성물산보다 약 840억원 낮은 1조4855억을 입찰금액으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수주 결과에 따라 양사의 올해 수주 목표치 달성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종 수주 여부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내년 1월께 결정된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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