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지명자 헤그세스, 성비위 파문 확산… “돈 주고 비공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격 발탁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44)와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42)의 성비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헤그세스의 법률대리인은 헤그세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과 사건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하고 돈을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지급한 액수와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헤그세스는 다만 합의금을 준 것은 사건이 공개될 경우 뉴스 진행자로 일하던 폭스뉴스에서 해고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며 오히려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측은 “미투(Me too)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였다”며 “요구액보다 크게 감액한 선에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성이 사건 2년이 지나서야 법적 대응에 나섰으며, 헤그세스 측이 2020년 2월 합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자 같은 해 12월 상대가 변호사를 고용해 협상을 시작했다는 등의 사실관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WP는 해당 여성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며 사건의 사실관계가 헤그세스 측의 주장과 상반된다고 전했다.
이 의혹은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모임에 연사 자격으로 참석한 헤그세스가 이날 밤 머물던 숙소에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편지 발송자에 따르면 당시 30세이던 해당 여성은 공화당 행사의 참석자로, 헤그세스를 숙소로 안내하고 다음 날 아침 공항으로 출발하도록 하는 업무를 맡았다. 또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편지에 따르면 이 여성은 호텔 바에서 헤그세스와 술을 마시던 다른 여성들로부터 “헤그세스가 우리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으며, 여성들이 떠난 뒤 헤그세스가 짜증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이후 다음 날 아침 헤그세스의 호텔 방에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억이 흐릿했으나 다음 날 집으로 돌아와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떠올라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정액 양성 반응이 나와 당국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신고는 행사 닷새 후 이뤄졌으며, 경찰은 헤그세스를 조사한 뒤 송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반면 헤그세스 측은 이날 바에서 만난 이 여성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취한 모습이었으나 여성은 그렇지 않았고, 헤그세스를 이끌고 호텔 방으로 향했다”며 “당시 감시카메라에는 두 사람이 팔짱을 낀 채 걷고 있던 모습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적 접촉을 '시작'한 것도 이 여성이었으며, 여성의 검사 결과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관계'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에 편지를 보낸 인물은 언론의 추가 접촉에는 응하지 않았다.
다만 양측이 주요 사실관계를 두고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진실 공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인수위에서도 이 편지를 접수한 뒤 내부적으로 논쟁이 있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헤그세스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합의금 지급 사실까지 보고받았으나 헤그세스와의 대화를 거쳐 그에 대한 지명 의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또 다른 성 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는 게이츠 지명자에 대한 불안감도 공화당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크웨이 멀린 상원의원(오클라호마)은 17일 NBC와 인터뷰에서 게이츠에 대한 하원 윤리위 보고서를 상원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과거 17세 여성을 상대로 성 매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하원 윤리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곧바로 하원의원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윤리위 보고서의 공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하원 윤리위는 조사 대상 의원이 중도 사퇴할 경우 더 이상 관할권이 없어 보통은 조사를 종결해왔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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