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틀 “조성진은 칭찬 알레르기 있지만 그래도 칭찬”·조성진 “마에스트로가 훌륭해서 힘든지 몰라”

백승찬 기자 2024. 11. 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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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 공연
브람스·베토벤·베베른·브루크너 들려줘
지휘자 사이먼 래틀(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출신의 최정상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무척 힘든 곡이다. 그런데 마에스트로와 오케스트라가 너무 훌륭해서 힘든 걸 까먹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사이먼 래틀(69)은 “조성진이 칭찬에 큰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조성진 본인은 자신이 얼마나 잘하는지 모를 수 있다. 교향악단과 이렇게 협주할 수 있는 연주자는 드물다”면서 웃으며 화답했다.

저명한 오케스트라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이 20·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올해 창단 75주년을 맞는 이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2018년 주빈 메타와 함께한 이후 6년 만이다.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대만까지 12회에 걸쳐 이어지는 BRSO 아시아 투어에는 조성진이 유일한 협연자로 나선다. 통상 투어 지역별로 해당 국가 출신 아티스트를 각각 협연자로 선정하는 것과 비교해 이례적이다.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유를 묻자 래틀은 조성진에 대한 믿음을 다시 드러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서죠.”

이번 내한공연 첫날 프로그램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이다. 둘째날은 베베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이다. 래틀은 각 곡에 대해 흥미로운 비유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니스트와 교향악단이 절대적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는 작품”이며 “테니스처럼 서로 공을 주고받는 작품”이다. 한쪽이 너무 빠르게 공을 넘기면 다른 쪽은 받기 어렵다. 베베른의 곡은 “말러와 바그너의 분재와도 같은 작품”이며 “음 하나하나에 놀라운 표현을 압축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브루크너의 유작인 교향곡 9번은 “그 어떤 브루크너 작품보다 충격적일 만큼 독특한 개성을 가진 곡”이다. 조성진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열정적이고 젊은 브람스를 보여주지만, 2번은 따뜻하면서도 교향악적이어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사이먼 래틀 경 &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대표 니콜라우스 폰트, 조성진, 사이먼 래틀. 연합뉴스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거쳐 2023~2024 시즌에 BRSO 상임 지휘자로 취임했다. 고향인 영국 리버풀에서 라파엘 쿠벨리크가 이끄는 BRSO의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듣고 지휘자의 꿈을 꿨던 10대 소년이 전설적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타계 이후 4년간 공석이던 BRSO의 상임 지휘자가 된 것이다. 래틀은 “(BRSO가 위치한) 뮌헨에 처음 왔을 때는 베를린 필과 같은 독일 오케스트라니까 비슷할 거라 예상했지만, 베를린 필이 강렬하다면 BRSO는 훨씬 유연하고 부드럽고 협력적이었다”며 “지난 30~40년간 전 세계 오케스트라가 기교적인 측면에서 크게 발전했지만, ‘시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는 드물다. BRSO가 바로 시인 같은 오케스트라”라고 말했다. 래틀은 영어로는 번역할 수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는 독일어 단어 2개로 BRSO를 표현했다. 하나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내적인 감정’을 의미하는 ‘innerlich’, 다른 하나는 ‘부드러움을 넘어선 온화함과 깊이’를 뜻하는 ‘weich’다.

조성진은 올해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는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2024~2025 시즌에는 베를린 필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 “30대에는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고 했던 그는 이미 2년 전부터 브람스를 연주해왔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섣불리 말하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며 “20대에는 30대가 두려웠는데, 막상 돼보니까 20대의 연장 같기도 하다. 내년에는 현대음악 초연 계획도 잡혀 있다. 지금처럼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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