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정년연장, 종합대책 필요…사회적대화 참여 고민 중"
"정년연장, 청년일자리 영향…연금·노동시간 등 같이 논의해야"
"사회적대화 참여 목소리 높아…국회 차원 제안에 논의 진행"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 아닌 전면 적용해야"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최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정년연장과 관련해 "연금과 청년고용, 노동시간 문제와 떼놓고 말할 수 없다"며 "정년연장 논의에 수반돼야 하는 정책들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함께 정기국회 핵심 노동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연금수급연령과 정년 격차 해소'가 담겼다. 그동안 법정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65세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정년연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양 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노총은 정년연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년 일자리 문제나 노후를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의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서도 "정부도 그렇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국민연금 수급 시기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확장되고 있는 조건에서 정년연장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최종적인 입장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직적 논의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21일 열릴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같이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일자리 감소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정년을 연장했을 때 청년 일자리에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양질의 일자리라고 하는 공공기관, 대기업 정규직은 그 파이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어 고용의 파이를 늘리는 문제에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년문제는 연금, 청년고용, 노동시간 문제와 떼어 놓을 수가 없다. 정년연장 논의에 수반돼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서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대화 참여에 대해 고심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현재까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주5일제, 주52시간 근로제, 탄력근로제 등 역대 정부에서 이뤄낸 합의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22대 국회 들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 차원의 사회적대화 참여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상황이다.
양 위원장은 "과거 노사정위원회나 현재 경사노위도 실제 사회적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부 정책을 관철시키고 정부 뜻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권리 제한을 합의의 외피를 써서 집행된 경험이 많이 있어 부정적인 인식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노총 내부에서 대정부 협상이나 대정부 교섭을 사회적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목소리 또한 작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지난달 국회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 의장이 정례적인 회동과 실무협의체 구성 제안을 했고, 21일 중집에서 국회 사회적대화에 어떻게 응할지 내부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열리는 '2024 민주노총 정책대회'에서 사회적대화 참여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한국노총을 방문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을 밝힌 것에 대해 "돈 안 되고 의미 없는 것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양 위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 휴가, 복지,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적용하면 과연 5인 미만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이제 우리가 좀 나아졌구나', '법의 보호를 받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겠느냐"며 "우리 사회도 사업장 크기나 규모에 따라 법이 차등 적용되는 것은 그만할 때도 됐다. 지금도 늦었지만 차등 적용이 아니라 전면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협의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 2월 새로고침협의회는 2030 중심의 대기업 사무직 직군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기존의 양대노총이 벌인 '정치투쟁' 대신 임금과 처우 개선 등 현실적인 의제에 한해서만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새로고침협의회가 주장했던 내용이나 그들이 하고자 했던 활동 방식을 민주노총이라고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라며 "사실 회사 안에서, 집회하지 않고 투쟁하지 않고 잘 협의되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그것이 갖는 한계가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9일 있었던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 이후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하며 22일 오전 10시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통상 조사 일정과 관련해서는 변호인을 통해 조율하고 날짜를 확정해 조사를 진행하는데 경찰은 일방적으로 소환장을 보내겠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며 "지난주 금요일(15일)에 출석을 요구했고, 아직 2차 소환장이 오지는 않았지만 저는 경찰 조사를 회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22일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당일 집회를 진행하는 과정과 수사 진행 과정 모두 일반적이지 않았다. 경찰이 처음부터 완전 무장 상태로 집회에 대응했고, 집회가 끝나기도 전에 연행된 사람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나 지도부의 사전모의 여부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며 "윤석열 정권의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광장을 틀어막고 시민들의 입을 막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보이고 있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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