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월가 vs 블루칼라…정책 우선순위로 고민하는 공화당
저소득층 일자리 관련 공약과
부유층·기업 관련 공약 가운데 우선순위 고민
정부 부채 늘어나는 가운데 재정 압박도
불체자 추방에 군대 동원" SNS 글에
트럼프 당선인 "사실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선 경제 정책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유층과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웠지만, 이번 대선에선 노동자층과 저소득층의 지지도 적지 않게 얻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대부분이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데 이미 미국 연방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든 정치적인 부담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노동자·저소득층 지지받은 트럼프
18일(현지시간) 월가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금융주와 전기차 관련주 등은 트럼프 당선인의 규제 완화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비롯해 △금융 규제 완화 △자율주행차와 AI 기술 투자 지원 및 규제 완화 △군수산업 계약 확대를 통한 방위산업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유층이 거는 기대도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집권 당시 통과시킨 '감세 및 일자리 법안'을 통해 개인 소득세를 인하하고 상속세 면제 한도도 확대했다. 해당 법안이 2025년 폐지되는데 공화당은 해당 법안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선 이처럼 트럼프 당선인이 우선순위를 둘 경제 정책에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어나는 재정적자로 예산이 한정된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민주당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층과 저소득층의 지지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 CNN의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 5만 달러 이하의 사람 가운데 50%가 트럼프 당선인을, 47%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찍었다. 5만 달러와 9만9999달러 소득을 얻는 이들 가운데선 51%가 트럼프 당선인을, 46%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저소득 노동자층을 위해 내세운 공약을 실현하기에 필요한 재정 규모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팁 소득, 초과근무 수당, 사회보장급여 등에 대한 세금 면제, 자녀 세액 공제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의 첫 백악관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선순위는 노동 계층과 중산층이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소득층 공약 부메랑 될 수도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저소득층 및 노동자층 공약도 오히려 이들의 생활고를 가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관세 부과는 이를 통해 해외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세우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일자리를 늘리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제조 시설을 지을지 불확실한 데다, 오히려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부터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힌 불법체류자 대규모 추방에 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보수 법률 단체 ‘사법 워치’(Judicial Watch)를 이끄는 톰 피턴의 관련 게시물을 재게시하면서 “사실이다(TRUE)!!!”라고 적었다. 피턴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침공을 되돌리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군사적 자산을 활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썼는데 이것이 맞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는 줄곧 대통령이 되면 “취임 첫날만 독재자가 되겠다”면서 백악관 복귀 첫날부터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정부의 ‘국경 차르(국경 문제 총괄 책임자)’로 임명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1월 20일 취임식 당일에 즉각 체포 작전을 실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미 계획을 짜고 있다”고 답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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