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혈액암 정복 나선 K바이오, 내달 美 혈액학회 집결

정기종 기자 2024. 11. 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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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에이비엘 등 개발 신약 후보, 기술이전 파트너사 통해 혈액암 연구성과 공개
AI 신약개발사 파로스아이바이오, 독자 플랫폼 발굴 물질 AML 1상 결과 포스터 발표
혈액암 치료제 시장 2030년 158조 전망…치료 난이도 탓에 기술수출 수요 여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한 혈액암 치료제들이 연내 마지막 글로벌 대형 학회를 통해 주요 성과 발표에 나선다. 글로벌 시장 내 가장 수요가 많은 항암제 중에서도 특히 공략이 어려운 혈액암 정복 실마리를 통해 기술수출 가치 입증 또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는 목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에이비엘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국내사 기술로 개발된 주요 혈액암 치료제들은 내달 7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혈액학회'(ASH)를 통해 개발 성과를 발표한다.

혈액암은 혈액 또는 림프 계통에 생기는 암종으로 백혈병과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이 대표적이다. 전신에 퍼져있는 혈액·림프 특성상 치료제로 타깃 장기를 공략하기 어려워 림프종을 제외한 혈액암은 일반 암에 비해 생존률이 낮은 편이다. 난치암으로 꼽히는 만큼, 시장 잠재력도 큰 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엠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30억달러(약 88조원) 규모였던 전세계 혈액암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7.8%씩 증가해 2030년 1135억달러(약 15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오는 2028년 매출 상위 10개 신약 중 5개 품이 혈액암 치료제(만성림프구성백혈병 3건, 다발성골수종 2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높은 매출이 전망되는 품목 역시 존슨앤드존슨(J&J)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인 '다잘렉스'다. 2028년 예상 매출액은 170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

때문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도 기술 도입 등을 통한 신규 개발 수요가 높은 편이다. 특히 올해 미국혈액학회에서 성과를 발표하는 국산 기술 치료제의 경우 각 사별 독자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할 수 있어 기술수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중국 시스톤 파마슈티컬스는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인 'CS5001'(LCB71·ABL202)의 임상 1a상 추가 데이터를 발표한다. 항체와 ADC에 각각 특화된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가 공동 개발해 지난 2020년 시스톤에 기술이전 된 물질이다.

앞서 발표된 1a상 중간 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인 MSD의 '질로베르타맙' 대비 우수한 유효성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스톤이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추가 데이터와 후속 임상 결과를 앞세워 추가 기술이전을 추진 중인 만큼, 수익 배분이 가능해지는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 입장에서 기술력 검증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이 2021년 캐나다 앱토즈에 기술이전 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투스페티닙'은 삼제 병용요법 가치 입증을 위한 데이터를 공개한다. 앱토즈는 지난 4월 투스페티닙과 베네토클락스·저미텔화제 세가지 제제의 병용요법 파일럿 연구에 돌입한 바 있다.

최근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항암 파이프라인 역시 한미약품의 주요 신약 개발 축이다. 지난 2022년 파트너사 스펙트럼을 통해 미국 허가를 획득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대표적 성과다.

파트너십 전략으로 성공을 경험한 한미약품은 투스페티닙을 비롯해 제넨텍에 이전한 '벨바라페닙' 등 2상 단계 항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주요 항암 파이프라인 성과 도출 시기를 내년으로 기대 중인 상황에서 우선 공개되는 투스페티닙 연구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사 파로스아이바이오도 AML 치료제로 개발 중인 'PHI-101-AML'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한다. 독자 AI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도출한 물질로 연내 1상 마무리 후 내년 2상 결과를 기반으로 조건부 품목 허가를 노리고 있다. 현재 회사 파이프라인 중 가장 개발 단계가 앞선데다, 지난해 상장 당시 2025년 PHI-101의 기술수출을 목표로 내 건 만큼 이번 발표가 사업전략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특히 파로스아이바이오는 PHI-101을 AML외 난소암과 삼중음성유방암, 방사선민감제, 고형암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라 후속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파로스바이오바이오 관계자는 "AML 환자 중 30% 가량이 다른 환자 대비 생존률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FLT3 유전자 변이를 보이는데 PHI-101은 이를 표적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계열 내 최고신약(Best-in-Class) 지위를 노리고 있다"며 "1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글로벌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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