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치여서” 미성년 자녀 둔 여성 23%는 ‘경력단절’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남궁수진씨(44)는 2012년 둘째를 낳고 7년 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2016년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입사를 포기했다. 4년 뒤 다시 취업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입사 담당자는 ‘경력이 떴는데(비었는데) 아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회사 10여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없었다.
남궁씨는 “1차 재취업 당시 회사에 합격하고도 ‘죄송하다. 아이 때문에 못가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몇 시간 동안 울었다”면서 “이후 취업시장에서 ‘두 아이의 엄마’라는 상황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미성년 자녀를 둔 기혼여성 5명 중 1명 이상(22.7%)이 경력단절(고용단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자녀 연령대에 따라 편차가 컸다. 또 10년 이상 장기간 경력단절여성의 비중은 1년 전보다 늘었다. 유연근무제 활성화·전문적 재취업 프로그램 제공 등 정책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을 19일 발표했다.
15~54세 기혼여성은 765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9만명 줄었다.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1.7%포인트 오른 66.0%였다. 이 중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의 고용률도 62.4%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다.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은 1년 전보다 13만3000명 줄어든 121만5000명이었다.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 비중은 22.7%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줄었다.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 확대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자녀 나이가 어리고, 자녀 수가 많을수록 고용률은 낮아졌다.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자녀 연령이 6세 이하인 경우는 55.6%, 7~12세 64.3%, 13~17세는 69.2%였다. 또 자녀가 1명인 경우 고용률은 63.4%인 반면 3명 이상인 경우는 57.6%로 줄었다.
장기간 경력단절여성의 비중은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경력단절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가 전년보다 1.2%포인트 늘어난 41.2%로 가장 많았다. 한 번 취업시장에서 이탈하면 재진입 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어 5년 이상~10년 미만(22.8%), 1년 미만(12.6%), 3년 이상~5년 미만(12.0%) 1년 이상~3년 미만(11.4%) 순이었다.
경력단절 사유로는 ‘육아’가 41.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결혼’(24.9%), ‘임신·출산’(24.4%), ‘가족돌봄’(4.8%), ‘자녀교육’(4.7%) 순이었다. 경력단절여성 비중은 자녀가 6세 이하인 경우에는 33.5%, 7~12세는 19.9% 13~17세는 11.4%였다.
유연근무제 확대와 전문성을 갖춘 재취업 프로그램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씨는 “여유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유연근무는 ‘그림의 떡’”이라며 “포토샵·블로그 운영 같은 기초적인 업무 외에 이전 경력을 살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부족하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자녀양육·교육을 여성의 역할로 여기는 경향이 크고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노동시장의 선입견이 있다”면서 “육아를 위한 유연근무제를 (중소기업 등) 전 사업장에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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