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들은 어떤 반찬을 먹었을까…궁중음식 특별전 열려

도재기 기자 2024. 11. 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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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궁중음식~’전 20일 개막
수라상 재현·궁궐 부엌살림·문헌기록 등 200여점 선보여···“궁중음식문화 진면목 살펴”
새 단장한 상설전시실도 재개관
국립고궁박물관이 궁중음식 문화를 살펴보는 특별전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을 20일 개막한다. 사진은 고종과 순종 당시의 임금 수라상을 재현한 모형 전시 장면. 도재기 선임기자

조선시대 임금의 밥상인 수라상(진지상)에는 어떤 음식, 반찬이 올랐을까. 진귀하다는 그 수라는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요리했고, 수많은 재료들은 어디서 구했을까. 임금도 지금처럼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했을까.

왕과 왕비를 비롯해 조선시대 궁궐에서 먹던 궁중음식에 관한 여러 궁금증, 궁중음식 문화를 살펴볼 수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과 (재)궁중음식문화재단이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일 개막하는 특별전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이다. 궁궐에서 차리던 궁중음식은 전통 한식, 가장 다채롭고도 화려한 한식문화다. 궁중음식은 ‘조선왕조 궁중음식’이란 이름으로 국가무형유산이기도 하다.

궁중음식 상차림에 사용된 각종 식기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을 비롯해 궁중음식 차림에 사용된 각종 상(소반)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특별전에서는 200여 점의 유물과 함께 궁중음식을 재현한 수라상 모형, 영상 자료 등이 선보인다. 갖가지 그릇, 조리 도구, 상(소반)같은 궁궐 부엌의 살림도구, 관련 문헌기록, 잔치 같은 행사장면을 기록한 의궤, 회화 자료 등도 나왔다.

조선시대의 왕은 곧 나라였고, 왕의 건강은 나라의 안위와 직결됐다. 그만큼 왕의 식사인 수라는 귀하고 좋은 재료들로 당대 최고 요리사들이 조리했다. 재료는 전국에서 세금처럼 바친 제철 특산품(진상품), 최고의 식재료들이다.

임금은 하루 평균 5번의 식사를 했다. 오전 10시 아침수라, 오후 5시의 저녁수라가 핵심이다. 아침·저녁 수라는 밥과 국·김치·장 같은 필수 구성요소에 고기·생선 등의 구이, 찜, 탕, 조림, 나물, 젓갈 등의 반찬이 수라상에 올랐다. 흔히 12가지 반찬의 12첩 반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고종·순종 대의 수라상이고, 그 이전에는 7가지 내외의 반찬이 올랐다고 한다.

1892년 경복궁에서 열린 고종 즉위 30주년 및 생일 기념으로 열린 잔치상을 (재)궁중음식문화재단이 모형으로 재현한 전시 모습(완쪽)과 궁중음식 소개 미디어 전시 코너. 도재기 선임기자

아침·저녁 수라 외에는 아침수라 이전의 이른 아침, 점심, 잠자리에 들기 전의 3번의 수라가 더 있다. 이 때는 죽, 면류 같은 가벼운 음식이 차려졌다. 물론 임금의 기호, 건강상태에 따라 진지상의 구성은 달랐다. 세종은 육식을 즐겼고, 영조는 채식위주, 연산군은 날고기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궁중음식을 담당한 관청은 사옹원이고, 그 산하에 구체적으로 일상식을 만드는 ‘소주방’, 간단한 요리나 완성된 음식을 상에 차리는 ‘수라간’, 오늘날 디저트라 할 다과류나 죽같은 별식류를 준비한 ‘생과방(생것방)’ 등이 존재했다. 궁중 요리사는 ‘숙수(熟手)’라 불렸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숙수의 절대 다수는 남성이었고, 여성들은 보조적인 일을 했다. 숙수들이 일하는 궁궐의 부엌에는 여러 종류의 상은 물론 도자기·은기·유기·법랑기·목기 같은 다양한 식기가 늘 준비됐다. 또 가까이에는 장과 소금, 젓갈을 저장하는 장고·염고도 있었다.

궁궐 부엌의 하나인 수라간을 표시하던 ‘수라간’ 현판(왼쪽)과 선조 당시 경로잔치 음식을 준비하던 주방 모습이 묘사된 그림인 ‘선묘조제재경수연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궁중음식은 임금의 수라상 같은 일상식만이 아니다. 왕실의 제례음식, 잔치음식도 궁중음식이다. 왕실의 제례음식은 엄격한 규범을 따랐다. 특히 역대 왕·왕비의 신주를 모신 왕실 사당인 종묘에서는 역대 왕·왕비를 신적인 존재로 여겨 제물로 날고기를 바쳐 경외심을 표현했다. 왕실의 잔칫날 음식상은 갖가지 음식을 높이 쌓고 화려하게 장식했다.

궁중음식은 정치 행위이기도 했다. 임금은 측근 신하에게 진귀한 식재료를 하사해 신임을 내보였고, 군사들에게도 때때로 술과 고기를 내려보냈다. 또 왕실 경사가 있을 때나 임금이 궁궐 밖으로 행차할 때는 백성들에게 쌀,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포스터.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국의 진상품이 숙수들의 손을 거쳐 수라상에 오르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고종·순종 당시의 수라상을 재현한 모형, ‘수라간’ 현판, 선조 때 경로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궁궐 부엌그림으로 숙수들의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선묘조제재경수연도(宣廟朝諸宰慶壽宴圖)’ 등의 유물을 만난다. 여기에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 의궤> 속 다채로운 반찬과 식재료 담은 ‘찬품(饌品)’ 등 당시 음식 관련 기록들도 나왔다.

특히 1892년 고종 즉위 30주년과 41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경복궁에서 열린 잔치의 음식들이 소개된다. 이날 고종은 9번의 술잔과 모두 63가지의 음식으로 구성된 9번의 안주상을 받았다. 전시장에서는 한복려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궁중음식문화재단이 재현한 안주상 모형을 살펴볼 수 있다. 궁중음식을 소재로 한 미디어 아트, 궁중 잔칫상을 만들어보는 영상 체험공간 등도 마련됐다. 고궁박물관은 전시기간 중 특별 강연, 궁중음식 체험 행사 등도 진행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특별전과 개막과 함께 지난 8개월 동안 재단장한 상설전시실도 재개관한다. 새롭게 단장한 상설전시실은 ‘조선국왕’과 ‘왕실생활’을 주제로 450여 점의 왕실 유물을 소개한다. 국립고궁박물관 정용재 관장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궁중음식의 새로운 면모 발견하고, 재개관한 상설전시실에서 우리 왕실 유산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별전은 내년 2월 2일까지 열린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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