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협약 개최국인데···매년 1992MT 플라스틱 만드는 한국
한국이 연간 1992MT(메트릭톤)의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일본, 대만 중 가장 높은 용량으로, 환경단체는 “탄소 배출량 역시 가장 많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 그린피스 등 15개 시민단체 연대체인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는 19일 오전 그린피스 사무소에서 ‘한국 정부, 플라스틱 공급과잉 문제 제기 및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지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개된 그린피스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국, 일본, 대만의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량은 각 1992MT, 1304MT, 902MT으로 조사됐다. 1차 폴리머는 화석 연료에서 추출하는 플라스틱의 원료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제조 과정에서만 2.24GT(기가톤)의 이산화탄소에 맞먹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그린피스는 한국이 1차 폴리머를 생산하면서 매년 4955MT의 CO2e(이산화탄소 환산량)을 배출한다고 추산했다. 일본(2661MT)과 대만(2277MT)의 배출량 합과 맞먹는 수치다. 이산화탄소 환산량은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을 말한다.
국내 플라스틱 생산은 주로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롯데가 국내 생산능력의 22%를 차지해 생산 규모가 가장 컸고, 탄소 배출량 역시 1111MTCO2e로 가장 많았다. 배출량 규모 순으로 LG, 한화, DL, 효성, SK, 대한유화, 한화토탈, GS, 금호석유화학이 뒤를 이었다.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정부 간 협상 위원회’ 제5차 회의(INC-5)에선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에 대한 논의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유럽연합(EU) 등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은 1차 폴리머 생산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출범한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은 생산 규제보다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이 협상의 메인이 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비게일 아길라르 그린피스 캠페인 스페셜리스트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회의에서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 참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협약의 본래 목표에서 벗어나게 하고 회의의 진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정 산업의 이익보다 인류와 지구를 우선시하여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말했다.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는 “최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플라스틱을 재활용보다는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점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 5차 협상회의 개최국이자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지지하는 HAC 소속 국가로서 생산 감축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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