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탄압이 유신체제 저항세력 공고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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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74년 7월 6일 외국 방문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지학순(1921∼1993) 주교는 중앙정보부로 연행됐다.
당국이 학생들에게 돈을 댄 지 주교를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앞선 활동들은 한일협정, 삼선개헌, 교련 수업, 부정선거 등 개별 사안이나 정책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1974년 무렵의 운동은 유신헌법 철폐와 긴급조치 해제를 요구했으며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유신체제를 타도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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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내가 김영일(김지하 시인의 본명)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다. (중략) 유혈데모나 폭동을 일으키기 위하여 자금을 준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순수한 학생운동으로서 민주수호를 위한 기금으로서 준 것이다."(지학순 주교가 쓴 '나의 견해' 중)
유신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74년 7월 6일 외국 방문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지학순(1921∼1993) 주교는 중앙정보부로 연행됐다. 당국이 학생들에게 돈을 댄 지 주교를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일시 석방돼 성모병원에 입원한 지 주교는 재차 연금되기 전에 작성한 '나의 견해'라는 글을 같은 달 15일 발표해 김지하에게 돈을 준 것을 인정하되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당시 정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지 주교가 두 차례에 걸쳐 양심선언을 한 것을 계기로 젊은 신부와 신자들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시국 기도회가 열리고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서가 이어진다.
유신체제의 대표적인 시국 사건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50주년을 맞아 그 무렵 여러 사회단체나 개인이 발표한 성명, 선언문, 결의문 등을 토대로 당시 사회상을 재구성한 '민청학련 50주년에 다시 듣는 세상을 바꾼 목소리들'(한울)이 출간됐다.
책은 전태일(1948∼1970) 열사가 분신 사망한 1주일 후인 1970년 11월 20일 서울 시내 각 대학 학생회장과 청년 학생 종교단체 대표가 노동자·농민의 생존권 투쟁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공동결의문'부터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대통령 선거에 반대하며 1979년 11월 24일 발표된 '통대 저지를 위한 국민선언'까지 1970년대 사회 운동을 보여주는 글 50편을 소개한다.
1971년 동아일보사 기자들이 발표한 '언론자유수호선언'과 조선일보사 기자들이 낸 '언론자유선언문', 1974년 11월 18일 발표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101인선언'도 실렸다.
각 시기 성명이나 선언문 등은 당대 상황을 압축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변화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책은 이들 문서가 발표된 과정이나 내용을 해설하며 현대사를 재구성해 보여주려고 한다.
책은 특히 민청학련 사건을 비롯해 1974년 일어난 여러 저항 운동이 유신체제를 직격했다는 점에서 그 전의 시위나 운동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평가한다. 앞선 활동들은 한일협정, 삼선개헌, 교련 수업, 부정선거 등 개별 사안이나 정책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1974년 무렵의 운동은 유신헌법 철폐와 긴급조치 해제를 요구했으며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유신체제를 타도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는 것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시위 자금을 제공하거나 배후 조종했다는 혐의로 지학순 주교, 박형규 목사, 김동길·김찬국 교수, 김지하 시인 등을 구속하고 재판에 넘기며 탄압했지만 결과적으로 민청학련 구속자에 대한 석방 운동이 벌어지면서 저항 세력의 연대가 공고해졌다고 책은 풀이한다.
김창희 엮음. 256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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