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많은 치킨집…매장 수가 전부는 아니다? [세모금]
물류 효율화 및 마케팅 변화로 3분기 실적 개선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전국에 치킨집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매장 확대 속도를 늦추는 브랜드도 있다. 규모를 키우기보다 내실부터 다지려는 전략이다. 경쟁 과열 속에서 몸집을 키우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전략 변화가 감지된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치킨의 지난해 국내 매장 수는 1378개로, 전년보다 10개 늘었다. 2021년(1339개)보다는 2.9% 늘어난 규모다.
교촌치킨의 매장 수 변화는 타 기업의 매장 확장세와 대비된다. bhc의 국내 매장 수는 2021년 1779개에서 2023년 2293개로 28.8% 증가했다. BBQ 역시 2020년 1785개에서 2022년 2111개로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치킨 업종 가맹점 수는 2021년 2만80160개에서 지난해 2만9811개로 증가했다.
매장 수 격차가 벌어지는 사이 업계 순위도 변했다. 지난해 기준 치킨 ‘빅3’ 매출은 bhc(5356억원), BBQ(4731억원), 교촌치킨(4259억원) 순이었다. 교촌치킨은 2022년 bhc에 선두자리를 내어준 뒤 3위까지 추락했다. 나머지 두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는 사이 교촌치킨만 매출이 뒷걸음쳤다.
업계는 순위 변화의 이유를 ‘가격 인상’이라고 지목한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bhc는 지난해 12월 메뉴 가격을 올렸고, BBQ는 올해 6월 가격을 인상했다. 외식 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에 메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도 지갑을 여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인식이 고착화되면 장기적으로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별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매장 수 확대로 소비자 접점을 늘려 매출을 끌어 올려도 실속을 챙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고물가, 배달앱 수수료, 가맹점 수익 등을 고려하면 본사 수익성이 약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 bhc와 BBQ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 15.2%, 13.7% 줄었다. 반면 일찌감치 가격을 올린 교촌치킨은 전년 대비 181% 늘어난 2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교촌치킨은 올해도 공격적인 매장 출점 대신 ‘내실 다지기’ 전략을 택했다. 연말까지 전국 각지에 있는 가맹직영본부(지사)의 직영 전환을 추진 중이다. 본사에서 가맹지역본부를 거쳐 원재료와 부자재를 가맹점주에게 유통하는 방식을 1단계로 줄여 물류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것이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도 눈에 띈다. 자체 주문앱을 활성화하기 위해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하며 올해 3분기 말 기준 누적 회원 수 586만명을 확보했다. 지난 7월에는 2년 만에 신메뉴 ‘교촌옥수수’를 출시했다. 10월에는 배우 변우석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인지도 개선에 나섰다. 배우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은 2016년 배우 이민호 이후 약 9년 만이다.
경쟁사인 bhc와 BBQ도 실속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BBQ는 지난해 10월부터 올리브유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BBQ 블렌딩 올리브오일’을 선보여 원재료 부담을 낮췄다. 또한, 제너시스BBQ그룹은 올해 7월 심관섭 전 미니스톱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전문견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bhc는 분기별 1회씩 가맹점주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상생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에는 모든 메뉴의 원료육을 국내산 닭으로 변경해 ‘브라질 닭’ 사용 논란을 종결하고 신메뉴 ‘쏘마치’ 등을 선보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장 수를 늘려서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비용절감 효과가 없어서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될 수도 있다”며 “최근 기업들은 경기 불황까지 겹쳐 무리한 출점 대신 비용 효율화를 위해 공급망 변화 등 실속 챙기기에 나서는 것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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