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면 호적 드려요”… 中, 부동산 띄우려 현대판 신분제 대폭 완화
20여개 중소도시, 부동산+후커우 결합 정책 시행
중국의 대표 도시 중 하나인 남부 광둥성 광저우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후커우(호적)를 발급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타 지역에서 태어난 이들이 1선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후커우를 취득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데, 부동산을 띄우기 위해 문턱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부동산 투자 심리를 끌어올려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광저우시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전날 ‘광저우시 호적 전입 관리 규정(개정안)’을 공개하고, 다음 달 18일까지 한 달간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안거낙업(安居樂業·편안하게 생활하며 즐겁게 일하다)’ ‘투자·납세’ 등 두 종류의 전입 허용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후커우를 따기 위한 점수 적립 제도에서 연간 적립 상한선을 폐지하고, 전일제 대학 학위 소지자의 광저우 전입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특히 후커우 발급 정책에 ‘안거낙업’이 추가된 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광저우 11개구 중 7개구에 한해 합법적으로 소유한 주거용 주택이 있고, 광저우에서 1년간 사회보장금을 지속 납입한 사람은 전입을 신청할 수 있다. 광저우시발개위는 “광저우가 초거대 도시라는 점에서 인구 밀도가 지역별로 불균형한 현상을 돌파해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질서 있고 점진적 원칙과 신규 및 기존 수요를 고려해 지역 차별화된 안거낙업 전입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후커우 제도는 사회·경제를 통제 차원에서 도시 간 인구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1950년대 도입됐다. 출생지에서 후커우를 얻고 나면 다른 지역으로 후커우를 옮기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특히 1선도시와 같은 대도시의 후커우는 특히나 발급 요건이 까다롭다. 가족 부양을 위해 도시로 이주해 일자리를 찾아도 해당 도시의 후커우가 없으면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의료와 교육 등 각종 사회보장 혜택에서 배제돼 ‘현대판 신분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광저우를 비롯한 대도시들은 최근 후커우가 없는 이주민들의 주택 구매 제한을 완화했는데, 여기에 광저우는 집을 사면 아예 후커우를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7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인민 중심 신형 도시화 전략 5개년 개획’과 연결돼 있다. 계획에는 ▲상주인구 300면 미만 도시 정착 제한 전면 해제 ▲300만~500만명 도시 정착 조건 전면 완화 ▲500만명 이상 메가시티 후커우 점수 적립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현재까지 20여개의 중소 도시들이 부동산 정책과 결합한 후커우 개선 방안을 내놨다. 충칭, 청두, 둥관, 우한, 항저우 등 1000만명급 도시들은 물론 시안, 난징, 허페이, 칭다오 등 500만명급 도시들도 주택 구매 시 후커우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300만명 미만 도시들은 이미 후커우 문턱을 아예 없애버렸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광저우의 이번 조치는) 다른 인기 도시들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후커우 혜택까지 더해진 만큼 지역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광저우는 지난 9월 말 비현지인의 부동산 구매 제한, 다주택 소유 제한 등 각종 주택 구매에 대한 모든 규제를 폐지한 바 있다. 중국 시장정보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의 샤오원샤오 광저우-포산 수석 분석가는 “비현지인의 주택 구매를 장려하면 더 많은 구매력이 지역 시장에 유입돼 재고 소진을 촉진할 수 있다”며 “10월 이후 (나타난) 광저우 부동산 시장의 회복 추세를 더욱 공고히 하고, 연말에 새로운 부동산 절정기를 불러와 광저우 부동산이 건전한 발전의 궤도로 복귀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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