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트럼프 2기 관세보복 타깃...韓 기업 어쩌나
美中 무역전쟁 피해 베트남 왔지만 베트남에도 관세 보복 임박
미국이 최대 수출국 된 베트남, 트럼프 제재시 GDP 성장률 4%p 감소
中 눈치도 봐야...실리 챙기던 '대나무 외교' 위태
[파이낸셜뉴스] 미국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덕분에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업 중심지로 떠올랐던 베트남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는다는 전망이 나왔다. 베트남이 미국의 새로운 관세 보복 표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인데,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 역시 피해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와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 6월 20일까지 한국이 베트남에 쏟아 부은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는 누적 874억달러(약 121조5646원)로 전체 베트남 누적 FDI 가운데 18%에 해당했다. 해당 비율은 세계 1위로 2위는 싱가포르(801억달러), 3위는 일본(760억달러) 순서였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올해 7월 기준으로 1만개를 넘어섰으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었다. 한국 중소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2010년대 초반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베트남 투자를 늘리고, 협력 업체가 동반 진출하면서 크게 확대됐다.
베트남 물류 플랫폼 가우NP인더스트리얼은 지난해 7월 발표에서 베트남에 진출한 4대 한국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롯데그룹을 언급했다. 베트남 FPT대학의 응우옌 티 탄 마이 국제 경영학 교수는 지난달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기고문을 통해 한솔전자,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역시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 전자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의 팜 민 찐 총리는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 및 한국의 여러 기업 경영자들과 만나 투자를 당부하면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미국 바이든 정부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지만 트럼프의 복귀로 다시 긴장해야 한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피터 뭄포드 동남아시아 대표는 6일 FT를 통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매우 큰 것이 명백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은 지난해 베트남과 상품 무역에서 1046억2700만달러(약 145조5047억원)의 적자를 봤으며 이는 중국과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었다.
앞서 트럼프는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며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추가한다고 예고했다. 그는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관세를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OCBC은행은 트럼프가 약속대로 관세를 추가할 경우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p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GDP 성장률은 5%였다.
FT는 베트남 정부가 트럼프를 달래기 위해 중국의 투자를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거나, 중국산 수입품에 반덤핑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베트남은 지난해 수입품의 33.9%를 중국에서 들여올 만큼 중국 경제를 무시할 수 없다. 범아시아 법률 컨설팅업체 데잔쉬라앤드어소시에이츠(DS&A)의 마르코 푀스터 아세안 국장은 수많은 중국 제품들이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베트남에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제품은 생산지 표시가 의심되며 아예 생산지를 베트남으로 속이는 가짜 라벨을 붙이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의 베트남 FDI 규모는 2022년 25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44억7000만달러(약 6조2164억원)로 약 80% 증가했다. FT는 베트남이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는 '대나무 외교'를 펼쳤지만 미국과 거래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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