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은 바로 한화갔는데…흔치 않은 ‘선발 FA 매물’ 최원태는 왜 아직 잠잠한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선발 투수 자원은 두 명이었다. 엄상백과 최원태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시장이 열리자마자 두 명의 희비는 갈렸다. 엄상백은 FA 협상이 가능한 6일부터 단 이틀이 지난 8일에 한화와 4년 최대 78억원이라는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선발 자원이 필요했던 한화가 엄상백 영입에 바로 뛰어들었고 거액 계약에 성공했다.
엄상백 말고도 대어로 꼽힌 선수들은 바로 행선지를 찾았다. FA 시장이 개장한 지 열흘 만에 8명이 FA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최원태는 아직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FA 시장에서 선발 투수 매물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FA 자격을 획득할만큼 꾸준한 활약을 보인 선발 투수들이 적고, 가능성이 있는 선발 투수 자원은 원소속팀에서 진작 장기 계약을 해둔다.
KBO리그에서 대부분의 팀들이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풀타임을 뛰는 선발 투수 한 명을 성장시키는 데에는 적지 않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외부 자원 수혈이 필요한 팀은 영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선발진을 꾸리는데 있어서 간절했던 한화가 적극적으로 엄상백 에게 구애한 이유다.
하지만 최원태를 향한 분위기는 조금은 다르다. 원소속팀 LG 말고도 다른 구단의 가능성도 거론되고는 있지만 치열한 베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의 시선은 차가운 편이다.
객관적인 성적으로 봤을 때 최원태와 엄상백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최원태가 더 나은 부분들도 있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을 보면 최원태는 24경기에서 9승7패 평균자책 4.26을 기록했다. 엄상백은 29경기 13승10패 평균자책 4.88의 성적을 냈다. 엄상백은 데뷔 후 두 번째로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는데 올시즌 성적이 커리어 하이였다.
최원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경력이 있다. 최근 몇년 동안은 10승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에 가까운 9승을 올렸다.
이닝 소화 능력을 보면 엄상백은 2015년 100이닝을 기록한 뒤 최근 3시즌 100이닝을 넘겼다. 올해에는 가장 많은 156.2이닝을 던졌다. 최원태는 2017시즌 149.1이닝을 소화한 이후 올해까지 8시즌 연속 세자릿수 이닝을 기록해왔다.
가을야구 성적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원태는 KT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2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했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3이닝 5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엄상백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6이닝 7실점(6자책) 평균자책 9.00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부진의 임팩트는 최원태가 더 컸다. 포스트시즌 경험으로 치면 엄상백이 7경기, 최원태는 17경기로 더 많다.
게다가 최원태는 1997년생으로 엄상백보다 1살이 더 어리다. 엄상백처럼 군대 문제도 해결했다.
그러나 엄상백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소속구단인 LG의 미온적인 태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LG는 샐러리캡 문제를 안고 있다. FA 계약으로 장현식을 영입하면서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다. 차명석 LG 단장은 최원태 측과 만남을 가지기 전 “최원태 선수가 ‘셀프 디스카운트’를 하지 않는 이상 샐러리캡을 안 넘기기가 어렵다”라며 “최원태 선수는 본인이 계약금을 크게 받고 싶어해서 계약 진행을 어떻게 할지 아직 알 수 없다”라고도 했다.
동시에 “없으면 없는대로 할 수 있다”라며 기존 선수들을 활용해 선발진을 채우겠다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한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구체적으로 계약 내용에 대해 오간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최원태가 필요한 상황이다. 좌완 손주영이 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건 올시즌이 처음이다. 곧 제대하는 이정용이 있지만 확인된 선발 카드는 아니다. 하지만 LG는 적극적인 태도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또한 최원태를 영입하려는 강력한 경쟁 구단이 없다. 삼성이 관심이 있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썰’만 무성한 상태다.
장현식의 몸값이 원소속팀 KIA에 삼성, LG까지 뛰어들면서 높아진 것처럼 경쟁 구단이 있어야 선수의 몸값이 올라간다. 하지만 최원태를 향한 적극적인 구애는 없다. 또한 기준치가 엄상백이 한화와 계약한 78억원이다보니 그만큼 선수의 눈높이를 맞춰야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게다가 최원태는 A등급으로 보상 규모가 더 크다.
FA 자격 획득은 프로야구선수라면 한 번 쯤은 꿈꾸는 일이다. 그동안 꾸준히 KBO리그에서 뛰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원태에게 놓여진 현재 상황은 조금은 쉽지 않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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