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비판 자제해야” 신중론 나오는 민주당…남은 재판 의식?

손우성 기자 2024. 11. 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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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주적은 윤석열과 김건희, 검찰”
이재명도 판결 관련 메시지 최대한 아껴
“비명, 움직이면 죽일 것” 최민희도 사과
트럼프·김대중에 빗대 이재명 건재함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강경파를 중심으로 사법부를 자극하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사법부 규탄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남은 재판을 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이 대표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비유하며 건재함을 강조하는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친이재명(친명) 성향 지지층이 활동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19일 이 대표에게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중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한성진 부장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다수 게재됐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지난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고 사법부를 비난했다.

그러자 당내에선 과도한 사법부 비판이 자칫 남은 이 대표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사법부의 판단은 일단 존중해야 한다”며 “우리의 주적은 윤석열과 김건희, 검찰이지 사법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를 공격하는 분위기는 자제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의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민주주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법원을 흔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 대표 재판을 위해서라도 항소심에서, 또 다른 재판에서 어떻게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지 냉정하고 차분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에서도 사법부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성호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충격적 판결에 불만이 있고 분노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판결은 판결”이라며 “법리적으로 더 보완해 잘 대응해야 할 문제이지 판사 탄핵 등의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 이후 판결 관련 메시지를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판 결과에 아쉬움이 있지만, 이 대표가 직접 재판부를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의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비이재명(비명)를 공격하는 강경 발언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발언들이 당의 단합에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비명계를 겨냥해 “움직이면 죽는다.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던 최민희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발언이 너무 셌다는 것 인정한다”며 “민주당이 똘똘 뭉쳐 정치검찰과 맞서고 정적 죽이기에 고통받는 당 대표를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정성호 의원도 “대표가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 당연히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유지해 대응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 대부분이 모이고 있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당내에선 각종 정치적 위기를 겪었던 국내외 정치인 사례를 이 대표 처지에 대입해 지지층 결집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돌아와서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는 34개 혐의에 대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피선거권이 박탈당하지 않았고 결국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다”며 “이번 미국 대선은 사법 관료들이 누가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 선거”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며 “이 대표에 대한 공직자의 자격도 사법 관료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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