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 철벽’에도 주가 오를 9가지 업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의 당선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되므로 다양한 나라에 수출하는 기업이나 업종을 투자 포인트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식료품이나 화장품 회사, 각국의 풍력발전, 통신네트워크 등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망 업체, 해저케이블 제조업체를 주목할만 합니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장상식 동향분석실장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과거 대통령 시절 정책 경험을 되돌이켜 보면 한국 수출 기업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실장은 무역협회 입사 이후 32년째 무역 동향을 분석하고 수출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수출입 동향은?
“괜찮은 편이다. 금년 1~10월중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한 5658억 달러로 13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품목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수입은 올해 1~10월 중 5263억달러로 전년비 2.1% 감소했다. 그래서 올들어 무역 흑자는 396억달러로 1년전에 비해 580억달러 개선됐다. 연말에는 수출 증가, 수입 둔화 특성이 있어 연말까지 무역흑자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의 보편관세(10%), 대중국 초고율관세(60%) 정책이 실현될 경우 세계경제 및 한국무역에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0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이 중국 등 각국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유로존과 중국도 이에 대응해 미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세계 GDP(총생산)가 당초 대비 2025년엔 0.8%, 2026년엔 1.3%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또 세계 상품교역 품목의 4분의 1에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부과는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세계 GDP가 1% 하락하면 보통 한국의 수출 물량이 1.5~2.0% 감소하는데, 여기에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단가마저 하락하면 수출액은 더 많이 감소할 수 있다.”
―트럼프가 과연 그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협상 전략으로 앵커링 효과(기준점 설정) 전략을 구사한다. 협상에서 상대에게 처음부터 높은 요구를 제시해 기준점을 설정하고, 이후 협상을 통해 점차 양보하면서 원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의 말과 달리 모든 국가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60%의 고율 관세를 완전히 실현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국과의 무역은 어떻게 될까?
“한국은 기존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대미 수출시 관세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관세 10%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이 높은 한국은 반사 이익도 상대적으로 커 여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악영향이 더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미국에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데.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한 멕시코, 독일, 일본, 한국, 대만 등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인 지난 2018년 5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한국에는 관세 대신 쿼터(수입할당량)를 적용했다. 현재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의 60% 이상이 자동차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에 취임해 수입 자동차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을 줄이려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무역 규제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나?
“한미 FTA를 유지하면서 자동차 안전기준, 환경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해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1기 집권 때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Buy American, Hire American)’ 정책을 쓴 적이 있는데, 2기 집권 시에도 이 정책을 강화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을 적극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중국 수출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중국의 경기가 위축될 것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75%는 중국 내수용, 25%는 중국의 해외수출 중간재로 쓰인다. 이 25% 가운데 5%는 미국이 최종 귀착지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와 수출 통제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중국 내수용 수출 침체 현상과 중국 경유 대미수출 감소 현상을 동시에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외 다른 지역의 한국 수출은 어떻게 될까?
“세계 무역 1~2위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둔화는 제3국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 여러 나라가 보호무역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고,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할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현재 내수 부진으로 상품 재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내수 부진 탈피를 위해 수출로 재고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는 중이다. 중국의 공급 과잉은 필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상품가격 하락과 경쟁 격화를 초래하면서 중국과 경합 관계가 높은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국의 철강품 공급 과잉으로 한국의 철강 수출이 감소한 것이 좋은 사례다.”
―트럼프 재집권 후 한국의 무역수지는?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 될 경우 일정 부분 수출 악영향이 불가피하나, 세계경기 침체로 원유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과 수출용 원부자재 수입이 많아 전반적으로 수입도 위축될 전망이다. 수출 부진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무역수지는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수혜를 받을 업종은?
“먼저 방위산업, 석유화학산업, 조선업을 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예산 증액과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로 각국의 방위비 지출이 증가하면 한국 방산 기업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또 친화석연료 정책으로 그린 전환이 지연되면서 석유화학 및 정유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적극적인 셰일가스 개발 추진으로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해양 인프라 투자 증대도 한국 조선업에는 호재이다.”
―다른 수혜 업종은?
“미국 내 의료비 절감을 위해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사용을 촉진하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제조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활약할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또 감세 정책과 소비 촉진 정책으로 미국 내 소비가 증가하면 한국 기업의 가전제품 판매도 늘어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공약대로 이행되면 건설장비, 전력용기기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미국 내 자동차 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 한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와 통신 장비 업체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불이익을 받을 업종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제품을 들 수 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이 줄면서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 지원이 축소되면 태양광 관련 기업의 실적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통상 압박이 예상되는 제조업체의 경우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거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무역 장벽에 대응해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전략을 재검토하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의 생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반도체 등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가 예상되는 업종은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중국 공급망과 판매 의존도를 낮추는 리스크(불확실성)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외 시장에서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수입이 줄면 각국이 EU(유럽연합), 동남아시아 등 제3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제3국 시장에서 수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시장을 놓고 중국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으므로 기술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고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품질, 브랜드 가치, 기술적 우위를 강화한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현지 조달, 물류 최적화, 자동화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미국이나 중국 외에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을 확대해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인 여러 국가와의 FTA를 적극 활용해 관세 혜택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성에 대비해 핵심 부품과 원자재의 공급망도 다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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